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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절경과 정선의 예술혼 만나는 곳

등록 : 2017-09-07 13:33 수정 : 2017-09-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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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가양동 궁산 소악루에 오르면 유적도 만나고 한강의 경치도 즐길 수 있다. 강서구 제공

강서구 가양동 궁산 자락에는 서울에서 유일한 605년 역사의 ‘양천향교’가 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내려 궁산근린공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통 방식의 단청으로 채색된 여러 채의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천향교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궁산은 삼국시대의 고성(오래된 성)과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많이 그렸던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조상의 숨결을 간직한 양천향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1관문인 홍살문을 지나야 한다. 악귀가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곳임을 상징한다는 홍살문을 지나면 오른편에 복원기념비가 있다. 반대편에는 송덕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비석마다 6·25전쟁 때 파인 총탄 자국이 선명해 이곳 역시 전쟁의 상처를 피해 갈 수 없었던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양천향교는 태종 11년인 1411년에 창건되어 문묘와 지방 교육기관의 기능을 해왔다. 조선 말 학제가 크게 개편되면서 교육 기능은 잃었다. 광복되면서 본래 위치 그대로 건물들이 복구되고, 1965년 12월 재단법인 서울특별시 향교재단이 설립되어 보수와 복원 공사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양천향교를 나와 궁산(75.8m) 쪽으로 가는 길은 약간 숨이 차오를 정도로 조금은 가파른 언덕이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띈다. 바로 ‘소악루’다. 소악루 정자에서는 한강의 풍광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예부터 소악루에서 바라보는 한강 변의 뛰어난 절경으로 이곳은 명사들의 시화와 풍류의 장이었다. 조선시대 화성(매우 뛰어난 화가)으로 칭송받는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를 토대로 1994년 복원됐다. 지금은 해맞이 명소로 새해 첫날 많은 주민이 운집해 소원을 비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파란 하늘과 억새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소악루에서 10분 정도 가면 궁산 정상을 만난다. 정상에 오르면 지금은 풀밭으로 변해버린 양천 고성지가 보인다. 2만9370㎡ 넓이의 옛 성터로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문헌 기록에 등장하고 있는 곳이다. 축성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조선 성종시대(1470년)까지 218m의 요새가 있던 곳으로 보인다.

궁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겸재정선미술관이다. 조선시대 화풍인 상상 속 풍경의 관념 산수화에서 벗어나 우리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 겸재는 1740년 이곳 강서구에 양천 현령으로 부임한 뒤 5년간 봉직하면서 한강 변에 있는 강서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폭에 담아냈다. 해마다 미술대전 ‘겸재미술오름전’이 이곳에서 열린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궁산에서 내려다본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과 넓게 펼쳐진 서울의 모습은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가을을 맞이해 주말 궁산 나들이에 나서 보면 어떨까?


차상준 강서구 공보전산과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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