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상화한 기후 재난, 침수 피해 막는 서울시 조례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

등록 : 2026-08-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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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연합뉴스

섭씨 40도 내외의 극한 폭염으로 인한 가뭄 심각 단계를 기록했던 경남 지역에 기대했던 단비가 아닌 극한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17일 경남 거제와 통영에 시간당 강수량과 하루 강수량 모두 이 지역 관측 최고치를 갈아치운 극단적 폭우가 내렸다.

이날 새벽 2시32분까지 거제에 1시간 동안 내린 124.5㎜의 비는 200년에 한 번 내릴 정도인 이 지역 사상 초유의 집중호우였다. 같은 날 통영에 1시간 동안 내린 97.4㎜의 비도 100년에 한 번 나올 기록이었다. 극한 폭염·가뭄에 이어 극한 폭우가 나타나는 ‘가뭄·폭우의 반복’이 유형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시간당 100㎜’는 이제 일상화한 기상 재난의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남부지방의 극한 폭우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서울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일상화하면서 이로 인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련 조례를 잇달아 제·개정했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12월22일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풍수해로부터 시민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시장의 책무, 설치 지원계획 수립·시행, 비용 지원, 자치구 및 전문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조례 제정으로 반지하주택,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침수 취약 공간에 차수판 등을 설치할 예산을 지원해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 조례 제정에 앞서 9월6일 한반도에는 태풍 힌남노가 상륙해 사망 14명, 부상 6명 등의 인명피해는 물론 침수 피해 등으로 임시거주시설로 일시 대피한 주민이 29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조례를 발의한 김인제 시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가 전국에 걸쳐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혔으며 그 과정에서 침수 방지시설 유무는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 힌남노와 같은 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위협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대응도 보다 신속·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침수 방지시설은 이러한 대응 조치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지던 설치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김 시의원은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인다. 행정안전부의 ‘재해연보·재난연감’에 따르면 2024년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387명(자연재난 121명, 사회재난 266명), 재산피해는 1조418억원(자연재난 9107억원, 사회재난 1311억원)이었다.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자연재난 발생 건수는 총 35건으로 최근 10년 평균(29건) 대비 6건 늘었고,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총 121명으로 최근 10년 평균(56명) 대비 65명이나 급증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재난관리기금의 설치 및 운용 조례’ 제5조(용도)에 근거해 재난관리기금으로 2007년부터 자치구와 함께 저지대 지하주택 등에 물막이판(차수판), 옥내역지변, 수중펌프 같은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조례를 검토한 이상근 수석전문위원은 심사보고서에서 “재난관리기금을 통한 설치 지원, 상위법인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풍수해 예방 조치 등에 비춰볼 때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자치구청장에게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조례안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울시의회는 2023년 12월22일 ‘침수 방지시설 설치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시장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큰 지역의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위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구청장에게 지원할 수 있었으나 ‘침수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지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추가된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중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둘째, 과거 5년 이내 1회 이상 침수됐던 지역 중 동일한 피해가 예상되거나 침수 흔적이 남은 지역이다. 셋째, 하천에 인접하거나 하천 최고수위보다 낮은 저지대다. 흩어져 있던 법적 요건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원 대상을 명확히 명시했다.

개정조례안을 발의한 김경 시의원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난인 침수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해 불안해하는 시민이 많았다”며 “철저한 대비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며 그럼에도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지원은 구체적이고 신속해야 한다”고 조례안 통과 소감을 밝혔다.

조례 제·개정 이후 2026년 8월 현재 서울시 주요 저지대와 지하주차장 곳곳에는 물막이판이 도입되며 방어망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설치를 꺼리는 일부 임대인과 행정 정보에 어두운 취약계층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기습 폭우가 쏟아질 때 고령자나 장애인이 무거운 차수판을 제때 작동시키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일상화된 기후 재난 앞에서 잘 만들어진 조례가 실질적인 생명줄로 작동하려면 지자체의 세밀한 현장 점검과 밀착형 행정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상현 객원기자 shpark0120@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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