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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우건설의 개포우성 7차 재건축 사업 홍보관에 ‘써밋 프라니티’ 모형이 전시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산증식 기대가 투표를 움직였다
재건축 가속화 자산시장 불안 키워
누군가 ‘떠나야 하는 서울’ 돼선 안 돼
착공 물량 아닌 정주 가능성이 핵심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흐름이 읽힌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17곳의 구청장을 차지했음에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 후보가 10곳에서 승리하며 당선됐다. 승리를 한 10곳의 정체가 흥미롭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 그리고 영등포·강동·동작·광진·양천 등 이른바 ‘한강벨트'. 목동, 노량진·흑석, 여의도, 고덕, 압구정·개포·잠실·반포까지. 서울의 핵심 재건축·재개발 축과 정확히 겹친다. 영등포와 동작 같은 곳에서는 구청장과 서울시장 선거의 표심이 엇갈린 ‘교차투표'까지 나타났다. 정당 지지보다 재건축·재개발이라는 단일 의제가 표심을 갈랐을 가능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는 서울 시민들의 선택이 도시 전체의 미래상보다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에 좌우됨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서울의 주택 노후화는 분명 현실적인 문제다. 1980~1990년대에 대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일제히 30~40년차를 넘기면서 주차장 부족, 배관 노후화, 단열 성능 저하 같은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은, 이 문제가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의 의제로 논의되기보다 ‘재건축을 통한 자산 증식'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3구가 보여준 압도적 지지(강남 65.98%, 서초 64.68%)는 안전진단이나 거주 환경에 대한 절박함이 아니라,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투표로 직결됐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 시장이 내놓은 ‘신속통합기획 2.0',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핵심전략정비구역 8만5천 호 조기 착공 같은 공약은 이런 기대에 화답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공약들이 정말 ‘모두를 위한 서울'을 만드는 방향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멸실주택의 함정이다. 재건축은 필연적으로 일정 기간 주택 공급을 줄인다. 수천 가구가 동시에 철거되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는 보통 5~10년이 걸린다. 이 공백기에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고, 주변 지역으로 임대 수요가 밀려나면서 인근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31만 호라는 숫자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그 이면에 사라지는 주택의 규모와 시점, 그리고 그 기간에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둘째, 개발 기대감과 자산시장 불안이다. “재건축되니까 집값이 오른다”가 아니라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재건축이 추진되고, 그 추진 자체가 또 집값을 올린다”는 자기강화적 순환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조건부 용적률 최대 1300%를 허용하는 도심복합개발 특례 같은 인센티브들은 이 순환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을 강조할수록, 재건축은 주거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산 증식의 도구로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원주민 재정착의 문제다. 재건축·재개발이 끝난 뒤 그 동네에는 누가 남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인근으로 밀려나고, 새로 들어선 고가 아파트에는 자본력을 갖춘 새로운 거주자들이 들어온다. 이른바 ‘둥지 내몰림' 현상이다. 정비사업이 거듭될수록 한 동네의 사회적 구성이 통째로 바뀌는데, 오 시장의 정책들은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 계획이 함께 발표되고 있지만, 이것이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인한 원주민 이탈을 상쇄할 만큼의 규모와 실효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넷째, 강남·한강벨트와 강북의 격차 심화 문제다. 이번에 오 후보가 승리한 10개구는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즉 이미 자산가치가 높고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반면 강북형 인센티브 6종은 명목상으로는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입지와 토지가격이다. 인센티브만으로 강남과 강북의 사업성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정비사업이 가속화될수록 이미 격차가 큰 두 지역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시장의 5선은 ‘부동산과 한강벨트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시민들의 선택이 도시 전체의 미래보다 개별 자산의 가치 상승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서울시 정책의 방향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더욱 기울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그러나 도시는 자산가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 재건축은 노후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그것이 멸실주택 증가, 자산시장 불안정, 원주민 내몰림, 지역 간 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면, 그 성과는 누군가에게는 ‘살기 좋은 서울'이고 누군가에게는 ‘떠나야 하는 서울'이 될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은 새 아파트의 수나 착공 물량으로 평가될 수 없다. 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계속 그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도시의 모든 구역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재건축 속도전에 매몰된 서울시의 정책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서울이 당장의 성과에만 집중한 채 먼 미래를 충분히 그려보지 않는다면, 그 답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재건축 가속화 자산시장 불안 키워
누군가 ‘떠나야 하는 서울’ 돼선 안 돼
착공 물량 아닌 정주 가능성이 핵심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한 흐름이 읽힌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17곳의 구청장을 차지했음에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 후보가 10곳에서 승리하며 당선됐다. 승리를 한 10곳의 정체가 흥미롭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 그리고 영등포·강동·동작·광진·양천 등 이른바 ‘한강벨트'. 목동, 노량진·흑석, 여의도, 고덕, 압구정·개포·잠실·반포까지. 서울의 핵심 재건축·재개발 축과 정확히 겹친다. 영등포와 동작 같은 곳에서는 구청장과 서울시장 선거의 표심이 엇갈린 ‘교차투표'까지 나타났다. 정당 지지보다 재건축·재개발이라는 단일 의제가 표심을 갈랐을 가능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는 서울 시민들의 선택이 도시 전체의 미래상보다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에 좌우됨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서울의 주택 노후화는 분명 현실적인 문제다. 1980~1990년대에 대규모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일제히 30~40년차를 넘기면서 주차장 부족, 배관 노후화, 단열 성능 저하 같은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은, 이 문제가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의 의제로 논의되기보다 ‘재건축을 통한 자산 증식'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3구가 보여준 압도적 지지(강남 65.98%, 서초 64.68%)는 안전진단이나 거주 환경에 대한 절박함이 아니라,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투표로 직결됐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 시장이 내놓은 ‘신속통합기획 2.0',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핵심전략정비구역 8만5천 호 조기 착공 같은 공약은 이런 기대에 화답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공약들이 정말 ‘모두를 위한 서울'을 만드는 방향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멸실주택의 함정이다. 재건축은 필연적으로 일정 기간 주택 공급을 줄인다. 수천 가구가 동시에 철거되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는 보통 5~10년이 걸린다. 이 공백기에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고, 주변 지역으로 임대 수요가 밀려나면서 인근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31만 호라는 숫자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그 이면에 사라지는 주택의 규모와 시점, 그리고 그 기간에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둘째, 개발 기대감과 자산시장 불안이다. “재건축되니까 집값이 오른다”가 아니라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재건축이 추진되고, 그 추진 자체가 또 집값을 올린다”는 자기강화적 순환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조건부 용적률 최대 1300%를 허용하는 도심복합개발 특례 같은 인센티브들은 이 순환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을 강조할수록, 재건축은 주거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산 증식의 도구로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원주민 재정착의 문제다. 재건축·재개발이 끝난 뒤 그 동네에는 누가 남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인근으로 밀려나고, 새로 들어선 고가 아파트에는 자본력을 갖춘 새로운 거주자들이 들어온다. 이른바 ‘둥지 내몰림' 현상이다. 정비사업이 거듭될수록 한 동네의 사회적 구성이 통째로 바뀌는데, 오 시장의 정책들은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 계획이 함께 발표되고 있지만, 이것이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인한 원주민 이탈을 상쇄할 만큼의 규모와 실효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넷째, 강남·한강벨트와 강북의 격차 심화 문제다. 이번에 오 후보가 승리한 10개구는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즉 이미 자산가치가 높고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반면 강북형 인센티브 6종은 명목상으로는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입지와 토지가격이다. 인센티브만으로 강남과 강북의 사업성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정비사업이 가속화될수록 이미 격차가 큰 두 지역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시장의 5선은 ‘부동산과 한강벨트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시민들의 선택이 도시 전체의 미래보다 개별 자산의 가치 상승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서울시 정책의 방향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더욱 기울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다. 그러나 도시는 자산가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 재건축은 노후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그것이 멸실주택 증가, 자산시장 불안정, 원주민 내몰림, 지역 간 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면, 그 성과는 누군가에게는 ‘살기 좋은 서울'이고 누군가에게는 ‘떠나야 하는 서울'이 될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은 새 아파트의 수나 착공 물량으로 평가될 수 없다. 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계속 그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도시의 모든 구역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재건축 속도전에 매몰된 서울시의 정책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서울이 당장의 성과에만 집중한 채 먼 미래를 충분히 그려보지 않는다면, 그 답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