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각자도생 끝내고 ‘공동체’로 뭉치는 골목상권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골목상권 공동체 육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

등록 : 2026-05-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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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가 지난달 사가정면목로(면목7동)를 제14호 골목형상점가로 신규 지정하고 지정서 수여식을 개최하고 있다. 중랑구 제공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동네 골목길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치솟는데 소비 심리는 얼어붙으면서 홀로 매장을 지키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한계에 다다랐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20.2%가 경영난 등을 이유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옆 가게가 망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삭막한 각자도생 구조 속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동네 상권에도 ‘상생과 연대’라는 새로운 생존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상공인 활성화 정책은 주로 대형 전통시장이나 등록 상점가 중심으로 흘러왔다. 여기에는 제도적 ‘보이지않는 벽’이 있었다. 현행 전통시장법상 행정지원을 받거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하려면 점포 밀집도나 특정 면적 기준을 까다롭게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거대상권과 온라인 플랫폼 사이에서 홀로 분투하던 진짜 동네 골목길이 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최근 5년 사이 이 같은 공백을 메우려는 서울시 자치구 차원의 조례가 만들어져왔다. ‘골목형상점가 활성화 지원 조례’가 대표적이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령이 위임한 사항을 자치구가 구체화한 조례로, 일정 면적·밀집도를 갖춘 구역을 자치구청장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해 전통시장에 준하는 경영·시설 현대화 지원을 제공한다. 지정된 골목형상점가는 시설 현대화 사업과 경영 현대화 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상인이나 상인조직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도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점포밀집 기준을 잇달아 완화하는 추세다. 2021년부터 해마다 잇달아 조례를 시행한 중구와 용산구, 동대문구는 모두 지난해 기존 점포 밀집 기준을 30개에서 15개로 낮췄다. 중구는 2000㎡당 소상공인 점포 15개 이상이 밀집한 구역을 기준으로 삼고, 지난해 7월에는 일부개정안을 시행해 지정 기준의 면적 산정 방식을 보완했다. 동대문구의 경우 2023년 9월 첫 지정 이후 제기동 고대앞 마을, 신설동 들락거리, 회기역 골목형상점가 등 총 9곳이 운영 중이다. 영등포구·관악구·광진구·중랑구·금천구 등 다수 자치구도 비슷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각 자치구에서 움직임이 쌓이면서 국회에서도 2024년 7월 송재봉 의원이 ‘골목상권 공동체 육성 및 활성화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제안 이유에는 광역지자체 조례만으로는 골목상권의 체계적 발전에 한계가 있어 법률 차원의 지원 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지역에서 시작된 제도가 중앙 입법으로 확장되는 흐름인 셈이다.


최근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데이터 행정과 결합하며 실질적인 금융·비금융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재단 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서울시 경영지원 사업 효과분석(이슈리포트 25-2호)’에 따르면, 재단의 경영위기 알람 모형을 통해 선제적으로 발굴된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평균 신용등급 5.05등급, 연 매출액 1억5498만원으로 경영 환경이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이 조례를 통해 상인 구역을 구성하고 재단의 밀착 맞춤형 비금융 컨설팅을 받았을 때, 1년 후 일반 비교군 대비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잔액이 5.0%포인트나 더 크게 감소하는 ‘대출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도적 조직화가 소상공인의 고질적인 고금리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방어막이 된 셈이다.

서울시의 소상공인 관련 조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꾸준히 진화해왔다. 서울시 차원의 소상공인 관련 입법은 2009년 ‘서울특별시 유통업 상생협력과 소상공인 보호 조례’ 발의에서 출발해, 2014년 ‘서울특별시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별도로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조례는 현재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수행하는 소상공인 종합지원 사업의 추진 근거가 되고 있다.

채소라 객원기자 mylovelypizza@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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