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몸은 스트레스를 ‘물리적’으로 기억한다

운동은 투자다 l 푹 자도 뻐근하다면 원인은 ‘체력’이 아니다

등록 : 2026-05-21 11:31

크게 작게

어깨와 목이 쉽게 굳는다면 피로나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계속 긴장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몸에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도 늘 뻐근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은데 몸이 무겁고 어깨와 목이 쉽게 굳는다. 운동해도 개운함이 오래가지 않고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몸은 더 긴장된 상태로 남는다.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한 피로나 체력 문제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이 계속 긴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보면 이런 긴장은 운동 부족보다 인간관계와 환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긴장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회의가 많은 직장인, 계속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 늘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몸의 특정 부위가 쉽게 굳는다. 대표적으로 목과 어깨, 턱 주변이 그렇다.

몸은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반영한다. 불편한 사람과 대화할 때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호흡이 짧아진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동안 턱을 계속 굳게 다물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긴장이 반복되면 몸은 그 상태를 기본값처럼 기억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을 보면 자세에도 공통점이 있다. 어깨가 올라가 있고, 목은 앞으로 나와 있으며, 가슴은 닫혀 있다. 겉으로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몸 안에서는 계속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몸은 쉽게 피로해지고 회복도 느리다. 운동해도 몸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몸이 쉬는 방법보다 버티는 방식에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몸의 긴장이 꼭 강한 스트레스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긴장이 더 오래 남는다.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문자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습관, 상사의 메시지 알림에 즉각 반응하는 상태, 계속 시간에 쫓기는 생활 같은 것들이 몸을 천천히 긴장 상태로 만든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늘 피곤한 이유도 단순한 체력 문제만은 아니다.


덜 아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가 아니다. 대신 긴장이 몸에 오래 남아 있지 않도록 중간에 풀어낸다. 오래 집중한 뒤에는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호흡이 짧아졌다고 느껴지면 걸음을 늦춘다. 퇴근 후에도 계속 자극적인 정보 속에 머무르기보다 일부러 몸의 속도를 낮춘다. 이 작은 차이가 하루가 끝났을 때 몸의 상태를 크게 바꾼다.

오랜 기간 운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운동을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의 긴장을 빨리 알아차린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강도를 낮추고,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는 무리해서 밀어붙이지 않는다. 반대로 몸의 긴장을 무시한 채 계속 자극만 더하면 어느 순간부터 통증과 피로가 반복된다. 운동은 몸에 피로를 일시적으로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로와 긴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흔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정신적 문제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몸은 스트레스를 물리적으로 기억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굳어진 어깨, 얕아진 호흡, 앞으로 나온 목, 힘이 들어간 턱처럼 몸은 계속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몸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운동 시간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긴장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흐름을 바꿔주는 일에 가깝다.

운동은 몸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뿐더러 근육 또한 성장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결국 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운동의 강도만이 아니라 하루 동안 얼마나 자주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몸은 단순히 많이 움직여서 지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긴장하고 버티는 과정에서 피로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운동보다 먼저 ‘쉬는 감각’을 회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몸 상태를 수시로 인지하고 항상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보다는 불편함을 느끼는 예민함이 역설적으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음 회차에서는 많은 사람이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와 ‘잘 쉬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박태윤 힐앤필PT&필라테스 대표

leo980715@naver.com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