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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한강 접근을 막는 올림픽대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아파트 벽에 가로막혀버린 한강
공공재 아닌 아파트 가격 반영
국외 도시들은 시민에게 개방
수변 공공성 확보 논의 시작해야 반포에서 압구정,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한강을 가장 가까이 품은 땅 어디를 가도 50층짜리 아파트 벽이 먼저다. 강으로 나가려면 지하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 지하에서 올라서면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기다린다. 그 도로를 건너야 겨우 강에 닿는다. 2026년 서울의 한강 접근법이다. 한강이 공공재라는 말은 무색하다. 한강은 이미 계층화돼 있다. 한강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는 아파트 가격표에 고스란히 찍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강 조망 여부에 따른 시세 차이는 수억원이다. 강이 ‘뷰'로 환산되는 순간, 강은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과 가격이 된다. 지하철로 한강공원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역은 서울 전체에서 단 여섯 곳이다. 여의나루, 자양, 옥수, 잠실나루, 당산, 이촌. 나머지 구간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시민과 강 사이를 끊어놓는다. 한강 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조차 자기 집 앞 강에 나가려면 지하 통로를 통해야 한다. 강에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강을 독점하고, 나머지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보이지만 닿기 힘든 강'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19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강을 따라 고속화도로가 깔리고 저지대 주민들은 이주를 당했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올림픽을 앞둔 개발 논리가 강을 지배했고, 공공의 자산은 민간 주거 단지의 배후 경관으로 전락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은 게 아니라 더 고착화되고 있다. 이른바 ‘한강벨트'라 불리는 마포·성동·강남·여의도 일대에서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최고 50층 이상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 공공성은 없다. 용적률 완화라는 혜택은 조합과 소유주들에게 돌아가고, 강을 향한 고층 주거 면적은 최대화된다. 강에서 보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점점 아파트 숲으로 채워진다. 공공이 누려야 할 수변 경관이 민간 자산의 가격표로 변환되는 과정이, 지금 서울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교해보자. 프랑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센강 변 차량 도로를 폐쇄하고 시민 보행공간으로 돌렸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센강 위에서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이 도시의 가장 공적인 광장임을 선언한 것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 변에는 테이트모던, 글로브 극장, 사우스뱅크센터가 자리한다.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에서는 민간 개발이 허용된 곳에서조차 공공 보행로와 광장 조성이 의무다. 뉴욕시는 1993년 수변 특별 조닝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수변 블록의 모든 주거·상업 개발에 대해 공공 보행로(shore public walkway)와 내륙 연결로(upland connection) 조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도쿄 스미다강 변에서는 고층 주거가 들어설 때 저층부 공공 보행 공간 확보가 선행 조건으로 붙는다. 이 도시들이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다. 강은 공공재라는 원칙이 도시계획에 제도로 박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그 원칙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이 완료된 뒤에는 이미 늦다. 콘크리트가 굳고 나면 50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회는 지금, 재건축 인허가가 이루어지는 이 순간이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한강 변 재건축에 공공 기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용적률 완화를 허용하는 대가로 강을 면하는 저층부에 공공 문화시설, 보행 광장, 미술관을 배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고층 주거는 위에 올리되, 강을 향한 지상은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뉴욕 허드슨야드가 그렇게 설계됐다. 둘째, 강변 고속화도로를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강과 도시를 끊어놓는 한 시민의 한강 접근은 영원히 불편할 것이다. 파리가 센강 변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줬을 때 파리는 더 살기 좋아졌다. 셋째, ‘공공 수변 접근 원칙'을 법으로 못박아야 한다. 강 쪽 일정 범위 이내에서는 어떠한 사유 시설도 강을 독점적으로 차단할 수 없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영국의 ‘공공 강변 보행권' 제도가 모델이 될 수 있다. 도시는 선택의 결과다. 서울이 지난 50년간 한강을 아파트의 배경으로 삼아왔다면, 다음 50년은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 조합의 수익과 개발 사업자의 이익 앞에 공공의 강을 내어준 결과가 지금의 서울이다. 그 선택을 지금 이 자리에서 되풀이할지, 한번쯤 물어볼 때가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재건축 완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공 한강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강은 서울 시민 모두의 것이다. 그것은 구호가 아니라 도시의 원칙이어야 한다. 그 원칙이 제도로 뿌리내리지 않는 한, 한강은 계속해서 개발의 논리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강이 진정으로 우리 모두의 것이 되려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공공재 아닌 아파트 가격 반영
국외 도시들은 시민에게 개방
수변 공공성 확보 논의 시작해야 반포에서 압구정,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한강을 가장 가까이 품은 땅 어디를 가도 50층짜리 아파트 벽이 먼저다. 강으로 나가려면 지하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 지하에서 올라서면 왕복 8차선 고속도로가 기다린다. 그 도로를 건너야 겨우 강에 닿는다. 2026년 서울의 한강 접근법이다. 한강이 공공재라는 말은 무색하다. 한강은 이미 계층화돼 있다. 한강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는 아파트 가격표에 고스란히 찍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강 조망 여부에 따른 시세 차이는 수억원이다. 강이 ‘뷰'로 환산되는 순간, 강은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과 가격이 된다. 지하철로 한강공원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역은 서울 전체에서 단 여섯 곳이다. 여의나루, 자양, 옥수, 잠실나루, 당산, 이촌. 나머지 구간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시민과 강 사이를 끊어놓는다. 한강 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조차 자기 집 앞 강에 나가려면 지하 통로를 통해야 한다. 강에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강을 독점하고, 나머지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보이지만 닿기 힘든 강'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19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강을 따라 고속화도로가 깔리고 저지대 주민들은 이주를 당했다.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올림픽을 앞둔 개발 논리가 강을 지배했고, 공공의 자산은 민간 주거 단지의 배후 경관으로 전락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은 게 아니라 더 고착화되고 있다. 이른바 ‘한강벨트'라 불리는 마포·성동·강남·여의도 일대에서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최고 50층 이상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 공공성은 없다. 용적률 완화라는 혜택은 조합과 소유주들에게 돌아가고, 강을 향한 고층 주거 면적은 최대화된다. 강에서 보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점점 아파트 숲으로 채워진다. 공공이 누려야 할 수변 경관이 민간 자산의 가격표로 변환되는 과정이, 지금 서울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교해보자. 프랑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센강 변 차량 도로를 폐쇄하고 시민 보행공간으로 돌렸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센강 위에서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이 도시의 가장 공적인 광장임을 선언한 것이다. 영국 런던 템스강 변에는 테이트모던, 글로브 극장, 사우스뱅크센터가 자리한다.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에서는 민간 개발이 허용된 곳에서조차 공공 보행로와 광장 조성이 의무다. 뉴욕시는 1993년 수변 특별 조닝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수변 블록의 모든 주거·상업 개발에 대해 공공 보행로(shore public walkway)와 내륙 연결로(upland connection) 조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도쿄 스미다강 변에서는 고층 주거가 들어설 때 저층부 공공 보행 공간 확보가 선행 조건으로 붙는다. 이 도시들이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다. 강은 공공재라는 원칙이 도시계획에 제도로 박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그 원칙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이 완료된 뒤에는 이미 늦다. 콘크리트가 굳고 나면 50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회는 지금, 재건축 인허가가 이루어지는 이 순간이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한강 변 재건축에 공공 기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용적률 완화를 허용하는 대가로 강을 면하는 저층부에 공공 문화시설, 보행 광장, 미술관을 배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고층 주거는 위에 올리되, 강을 향한 지상은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뉴욕 허드슨야드가 그렇게 설계됐다. 둘째, 강변 고속화도로를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강과 도시를 끊어놓는 한 시민의 한강 접근은 영원히 불편할 것이다. 파리가 센강 변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줬을 때 파리는 더 살기 좋아졌다. 셋째, ‘공공 수변 접근 원칙'을 법으로 못박아야 한다. 강 쪽 일정 범위 이내에서는 어떠한 사유 시설도 강을 독점적으로 차단할 수 없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영국의 ‘공공 강변 보행권' 제도가 모델이 될 수 있다. 도시는 선택의 결과다. 서울이 지난 50년간 한강을 아파트의 배경으로 삼아왔다면, 다음 50년은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 조합의 수익과 개발 사업자의 이익 앞에 공공의 강을 내어준 결과가 지금의 서울이다. 그 선택을 지금 이 자리에서 되풀이할지, 한번쯤 물어볼 때가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재건축 완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공 한강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강은 서울 시민 모두의 것이다. 그것은 구호가 아니라 도시의 원칙이어야 한다. 그 원칙이 제도로 뿌리내리지 않는 한, 한강은 계속해서 개발의 논리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강이 진정으로 우리 모두의 것이 되려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