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김밥’ 지우고 ‘입국 시 마약검사’ 촉구도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마약예방특위, 상호 규제 이어 교육 개선·국경 단계 마약 유입 차단 노력

등록 : 2026-04-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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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특별시의회 마약 퇴치를 위한 예방 교육 특별위원회 3차 회의 모습. 서울시 제공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마약 김밥’ ‘마약떡볶이’. 너무 맛있어서 한번 맛보면 계속 먹고 싶다는 의미로 쓰이는 흔한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마약’이라는 표현을 활용한 마케팅과 상업적 용어 남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약 퇴치를 위한 예방 교육 특별위원회(마약예방특위)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4)은 지난해 12월16일 열린 특위 제3차 회의에서 일상 속 ‘마약’ 표현 남용이 시민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행정 차원의 명칭 개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며, 마약은 우리 사회전체가 함께 당장 해결해야 할 공동의 생존 위기로 다가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서울시의회는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조례와 법제 개선을 통해 마약 문제를 다뤄왔다. 가장 먼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상호와 상품명의 정비다. 서울시는 마약류 상품명 사용 문화개선 조례 등에 근거해 마약류 상호를 사용하던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명칭 변경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5월 기준 마약류 상호를 쓰던 음식점 37곳 중 26곳이 상호를 변경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남아 있는 11곳 중 8곳은 전국 단위 체인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계도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단순히 영업신고나 명의변경 시 마약 상호 사용 제한을 권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간판 교체에 최대 200만원, 메뉴판 교체에 최대 50만원 등 명칭 변경에 필요한 실질적 비용을 식품진흥기금으로 지원함으로써 현장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조례가 있음에도 명칭 변경은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간판을 바꾸더라도 식당내부의 메뉴명이나 홍보 문구에는 여전히 ‘마약 김밥' 등 표현이 남용되는 실정이다. 이에 마약예방특위 이종배 위원장(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지난 2월13일 서울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상호뿐만 아니라 음식점 메뉴명에서도 마약 표현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율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식품표시광고법 개정 건의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례와 제도를 통한 마약 근절의 또 다른 핵심축은 학교 현장 교육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이종배 위원장이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해 지난해 9월 서울 중고등학생 1만6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약 인식 조사 결과는 꽤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34.1%가 마약을 단순히 ‘건강에 해로운 물질’ 정도로만 가볍게 여겼고, 기존 마약 예방 교육에 대해서도 무려 40.6%의 학생이 ‘반복적이고 형식적이라 지루했다’고 답했다. 더욱이 청소년들이 마약에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로는 인터넷·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21.1%)가 가장 높게 나타나 무분별한 온라인 노출 차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경각심 중심’의 실증적이고 강력한 실전 교육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배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업무보고에서 마약에 포함된 황산성분으로 치아가 무너지는 끔찍한 사례나 메스버그 현상, 실제 피해자의 증언 등 참혹한 후유증을 보여줘 직관적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특위 소속 구미경의원(국민의힘 성동2)도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제3차 마약예방특위 회의에서 부모세대의 마약 문제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를 연계한 예방 교육과 서울시 차원의 협업 강화를 당부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와 특위는 청소년 익명 상담 창구인 ‘서마톡’(서울시 온라인 청소년 마약걱정함께 TALK) 운영을 점검하고, 경찰 및 마약퇴치운동본부 등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업하는 종합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시의회는 국가 단위의 법제 개선도 건의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약 범죄의 재범률이 매우 높다는 치명적인 특성을 고려해 마약예방특위는 지난해 9월 열린 법제 개선 토론회의 전문가 의견을 수용해 불법 마약 제조 및 판매로 5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의무화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 건의안을 전격 발의했다. 현재 성폭력이나 유괴, 살인 등 강력 범죄에만 적용되는 전자발찌를 마약 사범에게도 확대해 면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더 나아가 특위가 주도해 ‘대한민국 입국 시 마약 투약 여부 검사 도입’을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 촉구 결의안을 지난해 9월 제출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와 법무부로 이송하는 등, 국경 단계에서부터 마약 유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는 마약 확산 방지가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마약 문제는 단순히 수사기관의 단속만으로는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으며 생활 속 작은 명칭 개선부터 실질적인 맞춤형 예방 교육, 그리고 빈틈없는 제도적 방어벽이 촘촘하게 결합될 때 가능하리라는 시민들의 공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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