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몸, 관점을 바꿔야 산다

운동은 투자다 l 병원비가 ‘지출’이라면 운동은 미래를 위한 ‘투자’

등록 : 2026-01-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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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의 한 헬스클럽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회원들. 박미향 기자

서울 사람들의 몸은 늘 바쁘다.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고,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다가 다시 걷는다. 온종일 움직인 것 같지만 저녁이 되면 몸은 이상할 만큼 무겁다. 특별히 다친 기억은 없는데 어깨가 뻐근하고 허리는 쉽게 피로해진다. 대부분은 이를 나이나 스트레스 탓으로 넘긴다.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몸이 불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10여 년간 서초·잠실·성동·성북 등 서울 여러 지역에서 운동을 지도하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사람들의 몸에 남기는 흔적을 가까이에서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봐왔다. 정말 다양한 몸을 만날 수 있었다.

직업도, 나이도, 운동 경험도 다르지만 상담하다보면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운동해야 하는 건 알지만 시간이 없다” “조금만 더 버티다가 시작하려 한다” “아직은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다” 등등. 공통점이 있다면 몸이 불편해진 뒤에야 관심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프지 않을 때의 몸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을 찾는다. 검사비와 치료비, 약값이 들지만 이를 두고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운동에 쓰는 시간과 비용은 쉽게 타협 대상이 된다. 바쁘면 미루고 여유가 없으면 줄인다. 운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상황이 허락할 때 선택하는 취미처럼 취급된다.

이 칼럼의 제목을 ‘운동은 투자다’라고 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운동을 더 많이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고 싶다. 병원비가 이미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비 지출이라면 운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치르는 투자다. 당장은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렵지만 몸은 그 시간을 건강이라는 이윤으로 분명히 되돌려준다.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몸 상태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쉽게 피로해지는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왜 불편한지 묻는다. 그 차이는 타고난 체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반복해온 생활 습관, 앉아 있는 시간, 몸의 불편함을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무시했는지가 쌓여 지금의 몸이 만들어졌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도록 하고 빠르게 이동하도록 요구한다.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게 하고 움직임의 폭은 점점 줄어들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분히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출퇴근 거리만큼 몸을 쓴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계산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반복해서 사용됐는지를 기억할 뿐이다.

문제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대부분 작고 애매하다는 점이다. 아프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괜찮다고 넘기기에는 찝찝한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 구간을 가장 오래 버틴다. 그사이 몸은 서서히 적응하고 불편함은 일상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지점에 도달한다. 그때야 사람들은 묻는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요?”

이 연재는 운동 방법이나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에서 살아가는 몸이 왜 쉽게 무너지는지, 통증 이전에 이미 나타나는 변화는 무엇인지, 나이가 들수록 관리 기준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 그리고 운동에 대한 선진적인 인식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근육은 보여주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는 자산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 관절은 이동 반경을 결정하며 체력은 삶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도 얘기하려 한다.

‘서울시민의 몸’은 개인의 의지 문제라기 보다 도시의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우리는 이미 몸을 사용하며 살고 있다. 다만 우리가 무심코 몸을 쓰는 이 시간이 훗날 ‘건강'이라는 이윤으로 돌아올지, ‘질병'이라는 청구서로 날아올지 직시해야 한다. 운동은 ‘할까 말까’ 고민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내 몸을 경영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해마다 새해를 맞을 때면 많은 이가 운동을 결심한다. 이 칼럼이 자신의 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 새해 결심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몸이 무엇에 익숙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익숙함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차분히 이야기해보겠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박태윤 힐&필PT센터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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