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버스’ 도입 1년…하루 3천 명에게 ‘혜택’

빅데이터 분석 토대 마을버스 사각지대 보완으로 상생

등록 : 2025-12-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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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버스 노선 중 가장 최근인 지난달 개통한 4노선은 옥수동과 왕십리역을 오간다. 성동구 제공

공공시설 연결 무료 셔틀버스 인기
마을버스 승차 인원 증가로 이어져
올 11월까지 4노선으로 지속 확대
“삶의 질 높이는 교통 혁신 기대”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마을버스 사각지대를 보완한 성동구(구청장 정원오)의 ‘성공버스’가 운행 개시 1년 만에 일평균 이용객 3천 명을 넘어섰다. 주민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공공시설을 연결한 생활 밀착형 교통 정책의 성과다.

성공버스는 성동구의 주요 공공시설을 연결한 무료 셔틀형 교통 서비스다. 노선에는 사근 스마트헬스케어센터, 구 보건소 및 금호분소, 시립성동노인종합복지관 등 교통약자 이용 비중이 높은 시설들이 포함돼 있다. 고령자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주요 이용 대상으로 설정하고 의료·돌봄·문화·여가 등 일상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나로 이었다. 마을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사각지대도 메운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데이터 활용이다. 구는 2023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빅데이터 기반 마을버스 노선 최적화 분석’을 진행해 구민의 이동 패턴과 마을버스 이용 현황, 생활 인프라 접근성 자료를 수집했다. 마을버스 취약 노선과 구간을 발견하고 자료에 주민 의견을 더해 실제 생활 반경을 기준으로 17개 동 주요 공공시설을 생활권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재설계했다.

노선은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2024년 10월 개통된 1노선은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출발해 성수동의 공공도서관과 주민센터를 순환한 뒤 금호·응봉 지역을 잇는다. 이 노선 개통으로 금호동 주민들은 서울숲, 치매지원센터, 구민체육센터 등 주요 시설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노선은 용답·마장·사근동을 마을버스가 경유하지 않던 구 보건소와 연결해 공공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3노선은 송정동에서 왕십리역 인근의 성동구청과 소월아트홀로 향하고, 지난달 개통한 4노선은 옥수동과 왕십리역을 오간다.


버스 이용은 성공버스 전용 모바일 앱으로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정보무늬(QR코드) 탑승권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는 신분증만 지참하면 탈 수 있다. 앱에서 실시간 버스 위치 조회와 정류장별 도착 예정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운영 성과는 뚜렷하다. 2024년 10월 시범 운행 당시 월 300여 명 수준이던 이용객은 꾸준히 높아져 현재는 일평균 3천 명에 이른다. 2025년 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금호·응봉·행당동 등 주거지역에서 성수동 사이 이동이 전체의 4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공버스 운행으로 잠재적 대중교통 이용층까지 끌어냈다. 성공버스 운행 전(2023년 10월~2024년 9월)과 운행 기간(2024년 10월~2025년 9월)을 비교한 결과, 성동구 마을버스 승차 인원은 7.2% 증가하며 광진구(4%), 동대문구(5.2%), 서울시 평균(3.2%)을 상회하는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성공버스가 교통 소외 지역을 연결해 신규 대중교통 수요를 창출하고, 그 유입 수요가 다시 마을버스 이용 증가로 이어지는 상생 효과를 보여준다.

마을버스 노선 조정 권한이 서울시에 있어 노선 개편이 어려운 제약 속에서 성동구가 지역 마을버스 운수업체와 꾸준한 협의를 이어간 결과다.

성공버스는 주민이 직접 뽑은 ‘2024년 성동을 빛낸 10대 뉴스’에 선정된 데 이어, 2025년 7월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 지속가능도시 평가 세미나’에서 자치구 우수정책상을 수상했다. 공공이 주도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실제 이동행태 변화를 이끌어낸 모범 사례로 평가받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의 이런 성공을 벤치마킹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이미 6개 구와 타 시도 2개 자치단체가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한 셔틀버스 운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노원구, 중구, 관악구 등 일부 지역은 공공시설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을 이미 시작했다.

교통체계의 재편은 ‘성동형 일상생활권’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였다. 성동구가 설정한 도시 계획의 방향은 ‘15분 도시, 30분 출퇴근’이었다.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안에 주거·의료·교육·문화 등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 모델로, 이동 부담을 줄이고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언덕이 많은 구의 지형적 특성상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는 수단으로는 무료 셔틀버스 형태의 교통 대안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성공버스로 이어졌다.

성공버스 담당 부서 관계자는 “집과 대중교통을 빈틈없이 연결해준다면 주민들은 출근길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교통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며 “출퇴근과 일상에서 이동 시간을 줄여 주민들이 그 시간을 삶의 다른 영역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공버스는 구민의 이동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며 신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새로운 교통혁신 모델이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주민 의견 반영을 통해 성공버스 운영을 더욱 최적화하고 구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촘촘한 이동권을 실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채소라 객원기자 mylovelypizza@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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