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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서 졸업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인문학이 바꾼 회복 여정
배움으로 점차 일상 회복
지난달 성대한 수료식도 종로지역자활센터에 소속된 양아무개씨는 지난달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로 힘든시간을 보냈던 그는 센터에서 신청해 듣게 된 인문학 수업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힘든 일들이 저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에 참석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매일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배움으로 점차 일상 회복
지난달 성대한 수료식도 종로지역자활센터에 소속된 양아무개씨는 지난달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로 힘든시간을 보냈던 그는 센터에서 신청해 듣게 된 인문학 수업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힘든 일들이 저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에 참석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매일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기타를 든 강사 유영선씨가 노숙인보호 회복쉼터 다일작은천국의 수강생들과 둘러앉아 음악 치료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다일’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그는 끈기 있게 참석한 인문학 수업 덕분에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우울과 공황장애의 파도 앞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마음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가장 흥미로웠던 수업으로 음악치료를 꼽았다. “좋아했던 음악과 소리를 직접 찾아 듣는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과거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한,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수업에서 만난 동료들과 외로움까지 극복했다. ‘한 끼의 인문학,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고 동료들과 음식을 나눠 먹은 기억이 따뜻하게 남았다. 1인가구로 혼자서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던 터라 더욱 의미 있었다. “특히 함께 참여했던 사업단 동료 원아무개님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줘서 참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지금 나는 어떤 하루를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희망찬 포부도 생겼다. 인문학이 노숙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의 인생 전환점이 되고 있다 .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노숙인과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 구성돼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1936~2012) 의 책 제목에서 가져왔다. 쇼리스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 교육과정 ‘클레멘트 코스'를 창립해 소외계층 인문학 교육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스스로 성찰하고 자립할 능력과 의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주창했다. 하루 먹을 물고기에 불과한 일자리나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라‘고기 낚는 법’을 알려줘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었는데 그 방법은 바로 인문학이다.
노숙인 재활시설 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하나씨의 클래식 강연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 6월 한 달간 ‘선율이 스며든 삶, 색채로 피어나는 희망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희망과정(시설 주관) △행복과정(서울시립대·숭실대 주관) △대학 특강으로 나뉜다. 서울시내 노숙인 시설 등이 주관하는 희망과정은 철학, 글쓰기, 문학, 역사 등 인문학을 중심으로 체험, 심리·건강, 문화·예술 등 6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올 한 해 총 37개 시설에서 799명이 수강했다. 이 가운데 699명이 과정을 마쳐 수료율은 84%에 달했다. 행복과정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운영됐다. 문학·역사·철학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 교육과 이론 수업을 연계한 유적답사, 음악·미술 문화교육 강좌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일과 건강 등의 이유로 정규과정 참여가 어려운 대상자를 위해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대학 특강을 대학별 2번씩 총 4회 진행했다. 올해 총 120명이 참여해 서울시립대에서 46명, 숭실대에서 48명이 수료했다. 서울시는 올해 실질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과정도 신설했다. ‘꿈이룸 과정’과 ‘인문학프렌즈 과정’이다. ‘꿈이룸 과정’은 요양보호사, 경비원 신임교육, 3t 미만 지게차 등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데 올해 5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중 10명은 취업까지 성공했다. ‘인문학프렌즈 과정’은 수료생 사례관리 프로그램이다. 사회 복귀를 위한 신용회복, 저축 관리 등 금융교육을 비롯해 취업·창업 상담 등을 지원하며 총 14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2025년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을 열어 수료자를 축하했다. 올해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료생은 833명에 달한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회복”이라며 “희망의 인문학으로 여러분의 배움과 용기가 누군가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서울시는 올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내년에도 희망의 인문학을 이어갈 계획이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4월 확정된다. 윤종장 복지실장은 “어렵게 되찾은 희망의 빛을 다시 놓치지 않도록 서울시가 곁에서 동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채소라 객원기자 mylovelypizza@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