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에 거는 기대

등록 : 2022-08-04 15:34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 제공

4차 산업혁명과 첨단기술혁신이 촉발한 뉴노멀 글로벌 시대. 이 시대에는 국가 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으로 그 개념이 좁혀지고, 오히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도시경쟁력이 그만큼 중요해진 이유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일찍부터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이 뉴욕의 허드슨야드다.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변에 덩그러니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이 철도부지는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단지, 쇼핑센터, 기업오피스, 호텔, 문화예술센터, 공원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조성되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갖춘 ‘30허드슨야드 빌딩’과 나선형 계단 형태의 도심 속 인공산인 ‘베슬’은 이미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 일대는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나 미드타운과 함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용산은 북쪽으로는 한양도성과 남산, 남쪽으로는 한강에 인접한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과 역사적 자산을 보유한 지역이다. 용산정비창 터는 약 51만㎡로 여의도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하는 서울 3도심의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땅이다. 1995년 용산지역 개발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 추진되었으나 2013년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뒤 추진동력을 잃고 10년째 방치되어왔다. 뉴욕·런던·도쿄 등 세계 대도시들이 각각의 도시개발 방식으로 도시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사이 서울은 그대로 정체되어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이 반가운 이유다. 서울시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글로벌 도시경쟁력과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미래 신중심지’라는 비전 아래 △융복합국제도시 △녹지생태도시 △입체교통도시 △스마트도시의 4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실현방안을 제시했는데,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우선 일자리·주거·상업·문화를 한곳에서 누릴 수 있도록 복합용도로 개발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도시 트렌드에 대응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은 물론, 24시간 활력이 넘치는 미래형 신생활의 중심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팬데믹 이후 도시기능(주거·상업·업무·문화) 간 공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미래형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일터와 삶터, 그리고 놀이터가 공존하는 융복합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시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계획이라고 판단된다. 용산의 역사적 가치와 자연이 공생하는 스마트시티 기반의 융복합도시 공간을 조성하여, 국제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거점이자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는 공간에서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여가와 문화를 함께 즐기며 거주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단계적 개발이다. 다른 국가의 성공한 도시개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초기에 공공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 지원을 통해 일체적인 기반시설과 부지를 조성한 뒤 민간투자자를 유치해 도시개발을 완성한다. 10여 년 전 추진된 사업의 실패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반시설 구축과 부지 조성 그리고 건축물 개발이 일괄적으로 진행되었고, 또 복잡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출자구조로 민간투자에 크게 의존한 탓에 외부의 위험요소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공공사업시행자 주도의 단계적 개발 추진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성공적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구체적인 개발계획 수립 등 산적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고민한 서울시의 밑그림은 희망적이다. 향후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기존의 3도심과 연계하고 이들과 차별화된 미래형 글로벌 융복합도시로 조성되어 강남북 균형발전의 거점으로서 서울이세계 도시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길 기대한다.


남진ㅣ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