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중 부상’이 한이 되지 않는 대한민국 되길

등록 : 2022-06-23 15:46
서울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20일 청년부상제대군인, 가족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청년유공자들의 애로사항과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원스톱 상담센터’ 발전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서울시 제공

‘상이’란 몸을 다쳐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영예’란 영광스러운 명예를 뜻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단어는 남과 북에서 각각 영웅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상이군인’이란 전투나 임무를 수행하던 중 몸을 다쳐 상처를 입은 군인, 통상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 중 다친 군인을 말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상이군인이라 하지 않고 ‘영예군인’이라 칭한다. 또한 북한에서는 영예군인과 결혼하는 것을 ‘선군시대의 고상한 미풍’이라 칭송할 만큼 영예군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높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상이군인’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긴 용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6일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확고한 보훈체계는 강력한 국방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추념사처럼 확고한 보훈체계는 강력한 국방의 근간이다. 국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중 필연적으로 부상군인이 발생한다. 부상군인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부상군인 발생시 그들이 억울해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국방부는 부상군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 매년 장애보상금을 받고 전역하는 군인이 1천 명에 이른다(2020년 국방통계연보). 장애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군인을 포함하면 3천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방부에서 부상군인을 지원하는 부서는 육군본부의 환자전담지원팀만 존재한다. 해군, 공군, 해병대에는 부상군인을 지원하는 별도 부서가 없다.

필자는 2019년 지뢰폭발 사고로 좌족부가 절단됐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아 다행히 발목은 살렸지만 당시 부대에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안내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전에 다쳤던 부상군인에게 물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보상을 위해 국방부에 이의신청 중이다.

지난해 6월25일 청년 유공자들(목함지뢰 하재헌 예비역 중사, K-9 자주포 폭발 이찬호 예비역 병장, 지뢰폭발 이주은 예비역 해병대위)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충원에서 만났다. 당시 필자는 부상군인에게 부족한 지원 제도 등을 바꾸고 싶었고 이에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3월25일 전국 최초로 부상군인을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가 문을 열었다.

상담센터는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청년들에게 3가지 지원을 한다. 첫째, 군 복무 중 부상당한 군인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법률 지원을 한다. 둘째, 부상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지원 및 자조모임 구성을 지원한다. 셋째, 부상군인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한 자립 지원(취업·창업 지원 연계)을 한다. 약 3개월간 60여 명의 청년이 신청했고 100여 건의 상담을 했다. 상담하며 부상 제대 군인을 위한 사업이 얼마나 필요하고 절실했는지 재차 체감했다.


군인은 부상시 국방부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국가보훈처의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선정까지 최소 10개월에서 수년 이상 장기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전역 뒤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어느 곳에서도 지원받을 수 없다. 의병 전역 뒤 치료가 필요한 청년은 자비를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다. 지자체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민만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전국 최초라는 점은 향후 사업 확대의 싹을 틔웠다는 큰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모든 군인은 잠재적 부상군인이다. 국가 수호를 위해 20대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이 존경받는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부상제대 청년이 억울한 삶을 살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이주은ㅣ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