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동아리와 서점 모여 “우리는 독서가문”

독서문화 확산과 지역 서점 활성화 나선 마포구 ‘마포독서가문’

등록 : 2022-06-09 16:36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해 한 ‘가문’이 된 독립서점 ‘가가77페이지’ 이상명 대표(왼쪽)와 독서동아리 ‘마포, 어떤 날의 독서’ 곽동윤(가운데)·김소정 공동대표가 2일 가가77페이지에서 밝게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점-독서동아리를 일대일로 연결해

서적 구입 지원하고 모임 공간 제공

지난해 8개, 올해는 7개 가문 활동

연말 평가회 열어 ‘독서명문가’ 선정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독립서점 ‘가가77페이지'에 들어서자 서가와 탁자 위에 놓인 다양한 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푹신한 소파도 보였다. 바로 옆 커튼으로 분리된 곳에는 큼지막한 다용도 탁자도 눈에 띄었다. 가가77페이지는 독서동아리 ‘마포, 어떤 날의 독서’와 함께 올해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한다.

“지방자치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지원도 받으면서 동아리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죠.” 2일 가가77페이지에서 만난 김소정(36) 마포, 어떤 날의 독서 공동대표는 “그동안 동아리 모임 장소를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서점에서 동아리 모임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한 이상명(40) 가가77페이지 대표는 “동아리 활동도 돕고 서점도 알릴 기회라서 참여하게 됐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가77페이지 내부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마포구가 2021년부터 지역 내 독서동아리와 서점을 일대일로 연결한 마포독서가 문을 만들어 독서문화 확산과 지역서점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독서동아리는 독서모임에 필요한 도서를 구에서 지원받고 서점은 독서동아리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8개 독서가문이 4월부터 8월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고, 올해는 7개 독서가문이 5월부터 활동했다.

백남욱 마포중앙도서관 중앙도서관팀 주무관은 “마포독서가문은 독서동아리와 서점이 한 가문이 돼 서로 돕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구는 1년 동안 각 가문에 독서활동비 100만원씩을 지원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마포독서가문은 구에서 지정한 주제와 관련된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워크숍 등을 개최해야 한다. 또한 활동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알리는 과정에서 서점 홍보도 함께 한다.

연말에는 평가회를 열어 온·오프라인 활동 평가와 현장 투표로 ‘독서명문가’를 선정한다. 독서명문가로 선정되면 마포중앙도서관 3층 자료열람실 내에 가문의 슬로건과 문장, 추천도서를 전시한다. 다음해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할 수 있는 ‘특혜’도 준다. 지난해에는 가가77페이지와 한 가문을 이룬독서동아리 ‘생활독서모임’이 1대 독서명문가로 선정돼 올해도 활동한다.

마포, 어떤 날의 독서와 가가77페이지가 인연을 맺게 된 데는 마포, 어떤 날의 독서회원의 도움이 컸다. “우리 서점에 자주 오는 독서동아리 회원이 이번에 마포독서가 문에 참여하는데 같이 할 수 없겠냐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어요.” 이 대표는 마포, 어떤 날의 독서와 가가77페이지가 한 ‘가문’이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가77페이지 내부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올해 처음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한 마포, 어떤 날의 독서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던 회원들이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하기 위해 마포구에 사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따로 만든 모임이다. 마포독서가문에 참여하는 동아리는 회원의 절반 이상이 마포구에 거주하거나 마포구에 있는 직장에 다녀야 해서다. 곽동윤(34) 마포, 어떤 날의 독서 공동대표는 “마포구에 살아 마포독서가문에 관심을 가졌다”며 “마포구에 사는 회원들에게 참여 여부를 물어 15명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어떤 날의 독서’는 어떤 날이든, 어느 날이든, 아무 날이든 당신과 함께라면 언제든 좋은 독서모임을 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죠.” 마포, 어떤 날의 독서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며 삶의 동기를 찾는 모임이다. 곽 대표는 “기존 독서 모임의 운영 방식에 마포 지역과 관련된 주제를 더해 동아리를 활성화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어떤 날의 독서는 올해 독서가문에 참여하면서 ‘나, 너, 우리’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관련된 책 읽기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 ‘너’는 상대방과의 관계라든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는다. ‘우리’는 나와 네가 모여 이룬 공동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마포, 서울, 한국, 전 지구 등과 관련된 책을 읽을 계획이다.

마포, 어떤 날의 독서는 5월에 두 차례 독서모임을 했다. 첫 모임에서는 서점과 함께하는 의미를 좀더 찾기 위해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쓴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합정과 망원 사이> <망원동 브라더스> 등 마포구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김 공동대표는 “<합정과 망원 사이>는 북토크가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를 알아가는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거죠.” 마포, 어떤 날의 독서는 6월 모임에서 첫 번째 주제인 ‘나 알기'와 관련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곽 공동대표는 “나 그리고 나의 인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에리히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첫 번째 책으로 정했다”고 했다.

“마포독서가문을 통해 마포구 독서문화활성화뿐만 아니라 가가77페이지도 지역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 대표님을 기쁘게 하고싶어요.” 곽 대표는 “독서는 더 나은 사람이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공동체를 위해 서로 돕는 것도 그중에 하나”라며 “이제 시작했으니, 독서명문가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마포독서가문은 한두 해 해서 효과를 보기가 힘들어요. 마포독서가문을 계기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자생적으로 가문을 만들 수 있도록 뿌리 내리기를 바랍니다.” 백주무관은 “독서동아리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며 “앞으로 마포독서가문 같은 마포구 독서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