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좋아질수록 대한민국 미래가 밝아집니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많은 사회’ 꿈꾸는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등록 : 2022-01-06 16:21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지난 12월30일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에 위치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본원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출신의 복지전문가

지난해 7월부터 3년간 개발원 이끌어

2070년에 ‘노인인구 >생산인구’ 예상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2.7배

“노인 일자리 확대가 사회 활력 줄 것”

공공형 줄이고 사회·민간형 늘려가며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다양 욕구 활용


‘개발원 법적 지위’ 등 여건 확립 중요

“2022년이 대한민국 노인 일자리 정책이 양과 질에서 크게 발전하는 해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을 맞이하면서 밝힌 김미곤(63)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의 다짐이다. 원장 공모 과정을 거쳐 2021년 7월12일 취임한 김 원장은 우리나라 복지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말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복지 등을 연구한 뒤 2020년 부원장으로 정년을 맞은 김 원장은 이후 ‘세종시사회서비스원’ 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의 중심 역할을 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3년 동안 이끌게 됐다. 2005년 설립된 노인인력개발원은 2024년이면 1천만 명에 이르게 될 노인들의 일자리를 개발·평가하고 노인 일자리 정보시스템 운영 및 관련 조사연구 등을 추진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지난 12월30일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에 위치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본원에서 만난 김원장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관련해 볼 때 현재 노인 문제는 청년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노인인구 비율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70년에는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46.4%(1747만 명)로 15~64살인 생산연령인구 비율 46.1%(1737만 명)보다 높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4명에 이르는 등 출산율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기대수명(2020년 기준, 83.5살)은 늘어나는 등의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빠르게 늘어나는 노인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유럽 등 대부분 나라에서 ‘인생 행복 그래프’는 부양 의무 등이 많은 40대를 저점으로 한유(U)자형”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유아·청소년기에 행복지수가 높았다가 이후 행복지수가 반등 없이 낮아지는 사선(\)형”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2018년 기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인 15.7%의 2.7배 수준”인 점을 꼽았다.

이런 두 요인이 부정적으로 상호작용한다면 앞으로 몇십 년 뒤 한국 사회의 미래는 ‘매우 흐림’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원장은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런 ‘흐린 미래’를 바꾸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본원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이 양과 질에서 크게 발전하는 2022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노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가질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활력이 높아집니다. 저희 개발원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빈곤 완화, 보건의료비 감소, 심리·사회적 효과 상승 등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미참여 노인들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5.4%에서 68.2%로 7.2%포인트 감소했다. 또 1인당 월평균 의료비도 노인 일자리 미참여 노인이 24만2938원을 사용한 것에 비해 참여 노인은 17만2209원을 사용해, 의료비를 월 기준 7만729원 적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참여 노인의 경우 미참여 노인에 비해 우울 수준이 크게 낮아지고, 반대로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노인 일자리가 노인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고 있으며, 이런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은 바로 사회 전체의 활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김 원장은 “노인 일자리를 매개로 한 우리 사회의 이런 선순환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고 가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일자리는 공공형(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의 3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현재 공공형이 다수를 차지한 노인 일자리를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우리나라는 2조6천억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평균연령은 77살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2019년부터 운영된 사회서비스형은 “사회적인 욕구는 있지만, 수요자들이 구매를 못하는 것을 사회가 공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시니어 가스안전관리원, 시니어 소비피해상담원, 학대피해 아동 지킴이 등의 노인 일자리가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민간형은 기업 등 시장 영역에서 노인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자리로, 시니어 인턴십과 고령자친화기업 사업, 시장형 사업이 추진 중이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는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욕구, 경력을 활용하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이러한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일자리를 계속 새롭게 개발함으로써 노인 일자리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김 원장은 이 가운데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사업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대표적 진화모델로 꼽았다.

빨래바구니 사업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강원지역본부가 모델화한 사업으로, 보건복지부와 강원도 내 6개 시·군, 강원랜드 희망재단, 한국수자원공사 등 협업을 통해 추진중이다. 삼척시 등 농산어촌 지역에 빨래방을 설치하여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 뒤 지역내 취약계층(장애인, 홀몸노인, 한부모가정등)을 대상으로 세탁·돌봄·생필품배달 등 통합 생활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원장은 한겨레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약한 상태”라며 노인 일자리 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노인인력개발원의 법적 지위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지역분들께 세탁해 돌려드리면서 생필품 등도 원가로 제공합니다. 서비스를 받는 지역주민들은 무척 기뻐하시고 고마워하십니다.” 김 원장은 빨래바구니 사업을 강원도는 물론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 원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2024년에는 모두 정년 연령에 들어서게 되는 상황이어서 노인 일자리 고도화사업이 좀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베이비붐 세대는 욕구도 다양할 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 종사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가령 금융권 출신퇴직자들이 국민연금 가이드를 맡는 등 전문성과 연계한다면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가 양과 질에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권기금, 기업, 지자체 등과 협업하고, 세대통합형 노인 일자리를 비롯한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늘리거나 새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김 원장은 “이렇게 노인 일자리 영역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법적 지위와 조직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한다.

“현재 개발원이 만들어진 지 햇수로 17년됐는데 아직까지 노인 일자리, 그리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약한 상태입니다.” 김 원장은 앞으로 노인 일자리 개발 사업이 점점 더 중요성을 더해가는 점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노인인력개발원의 법적지위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노인 일자리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한 여건을 갖추는 데 조금이라도 일찍 더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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