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도시락으로 이웃 돕고 매출도 향상돼”

중구, 음식 전문 사회적협동조합과 필동 ‘서애길 도시락로드’ 활성화 나서

등록 : 2022-01-06 16:12
중구가 필동 서애길 상가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도시락로드’ 사업에 참여한 골목식당 주인들이 지난 12월29일 아리스타커피 필동점에 모였다. 앞줄 오른쪽이 일식점 마쓰에 주인 김선택씨.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음식점 8곳, 특성 살린 도시락 개발

후원으로 도시락 구매, 취약계층 배달

인근 기업·일반 손님 위한 홍보 강화

“도시락, 서애길 골목식당 트렌드 되길”

“상인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도시락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중구 필동 서애길에 있는 일식집 마쓰에는 2018년 10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한-일 관계가 나빠지자 ‘노 재팬 캠페인’ 등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반일감정이 수그러들자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은 한층 커졌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마쓰에 주인 김선택(42)씨는 12월29일 “그동안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한다길래 좀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다시 거리두기 강화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마침 중구에서 서애길 도시락로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도시락이 잘될지 반신반의했죠. 도시락을 먹는 것과 가게에서 직접 먹는 음식은 차이가 있고, 저도 가게에서 먹는 걸 권장하는 편이거든요.” 김씨는 “걱정과는 달리 전문가들이 와서 컨설팅도 확실히 해주고 저소득층도 돕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서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서애길은 동국대 후문 일대에 조성된 대학문화거리로 다양한 맛집과 개성 있는 카페가 즐비한데다 남산과 남산골 한옥마을, 을지로 등과 접해 있어 대학생뿐 아니라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찾는 이가 뜸해져 인근 상인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중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애길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시락로드’를 추진했다. 중구는 비영리법인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2021년 11월3일부터 12월9일까지 서애길 골목식당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컨설팅은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과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진행했다. 이번 서애길 도시락로드에 참여한 골목식당은 마쓰에를 비롯해 아리스타커피 필동점, 보스톤 수제버거, 필동반점, 한남북엇국, 바닷가애서, 고흥만, 무모한초밥 필동점 등 8곳이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팔기 시작한 커피전문점을 비롯해 한식 2곳, 일식 3곳, 중식 1곳, 양식 1곳 등 다양한 음식점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협동조합은 각 가게의 전문성을 살려 배달용 도시락 제작을 도왔다. 이들 가게는 클럽샌드위치세트, 돈카츠, 치즈수제버거세트, 쉬림프수제버거세트, 차돌짬봉밥, 탕볶밥, 제육볶음, 회덮밥, 전복죽, 꼬막비빔밥, 시래기누룽지탕 등 각 음식점의 특성을 살린 도시락 메뉴를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이렇게 만든 도시락을 기업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해 취약계층에 배달한다. 한국보육진흥원과 필동 소재 기업들에서 이미 도시락로드에 참여한 상인을 돕고자 도시락을 구매하거나 구매 의사를 밝혔다. 박현석 협동조합 파트장은 “이분들이 만드는 훌륭한 음식을 알려서 조금이나마 매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이곳에서 만든 도시락을 구매해 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락로드를 기획한 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식당 활성화와 취약계층 나눔사업, 지역 주민들을 위한 요리와 문화 교실 등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구, 용산구, 종로구 등에서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사업, 아이들을 위한 피자·쿠키 전달 사업 등을 진행한다.

협동조합은 도시락을 구매해 지역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 위해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다. 12월 말 2주 동안 1천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2022년 상반기까지 4천만원 이상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협동조합은 앞으로도 서애길 도시락로드 상권 홍보와 온라인 마케팅을 지원한다. 박 파트장은 “2022년에도 메뉴 교육을 비롯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도 진행해 가게 홍보와 매출 확대를 지원해나가겠다”고 했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오니 처음에는 시간도 못 맞추고 허둥댔죠. 이제 경험했으니 더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제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님이 없어서 한숨 쉬는 것보다 그래도 바빠서 허둥대는 게 훨씬 낫죠.”

마쓰에 주인 김씨는 필동 골목형상권 상인 모임인 ‘필동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필동상인회에는 모두 24곳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씨는 “도시락로드 사업이 가뭄에 잠깐 내리는 단비로 끝나지 않고, 서애길 골목식당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서애길 도시락로드를 계기로 도시락을 찾는 손님뿐 아니라 가게를 찾는 손님도 늘어나는 서애길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중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서애길의 숨은 맛집을 소개해 서애길 도시락로드 참여 식당뿐 아니라 서애길 전체의 인지도를 높여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양호 구청장은 “이번 컨설팅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한 골목상권에 활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며 “서애길 도시락로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