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예술가와 ‘바람’난 동네가게, 골목 상권 ‘바람’ 일으킨다

등록 : 2021-07-22 15:12
동네가게 인테리어 바꾸는 ‘우리동네 아트테리어사업’

지역 청년 예술가가 동네가게와 1 대 1로 작업 진행

지역 예술가가 낡은 소상공인 가게의 내외부 모습을 새롭게 바꿔주는 아트테리어사업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두꺼비정육식당의 바뀐 후

와 전 모습

서울시 2019년부터 사업추진…400명 예술가가 가게 1138곳 바꿔

가장 규모 큰 관악구 올해 907곳 신청

예술가도 새로운 경험 할 수 있어 도움

상인, “적극적 동네상권 지원 필요할 때”


“동네 상권도 죽어가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더해 미용실을 접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인테리어를 바꾸고 나니 계속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죠.”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미용실 오투헤어 주인 김정희(57)씨는 2017년 이곳 미용실을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인테리어를 새로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찮아 이전 가게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인테리어를 바꿔볼까 생각하다가 코로나19가 터져 지금껏 못하고 있다가 마침 관악구에서 진행하는 아트테리어사업에 신청해 인테리어를 바꿨다. 15일 오투헤어에서 만난 김씨는 “전에는 미용실 안이 어둡고 칙칙했다”며 “이렇게 바꾸고 나니 손님들이 와서 ‘주인 바뀌었냐’며 좋아한다”고 했다. 김씨는 무척 만족스러워하며 밝게 웃었다.

오투헤어 미용실의 바뀐 후

와 전 모습

오투헤어 미용실 인테리어를 맡은 이승희(29) 디자이너는 지저분하고 칙칙한 미용실을 깔끔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바꿨다. 흰색 계열 가구와 벽지, 녹색과 깔끔한 검정 패턴을 활용했다. 실내외에 페인트칠하고 실내 지저분했던 부분은 일러스트레이션 액자 등을 놓아 정리했다. 칸막이와 책상으로 손님 공간과 가게 주인이 대기하는 공간을 분리했다. 간판도 바꿨다. 작업은 2019년 11월 중순부터 2020년 1월 중순까지 진행됐다.

“처음에 인테리어 전체를 바꾸기보다는 소품 등 작은 것들로 분위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는데, 사장님은 실내 전체를 바꾸고 싶어 했죠.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었고, 전체 색상을 바꾸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 효과가 제일 클 것 같았습니다.”

이 디자이너는 “사장님과 의견을 나눠보니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 서로 맞아떨어져 내부 색상을 바꾸는 것을 제일 큰 작업 항목으로 정했다”며 “내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만든 장식용 액자를 진열해 분위기를 맞췄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 디자이너는 직접 현장 작업은 하지 않는데, 이번 아트테리어사업으로 현장 작업까지 해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예산이 조금 더 많았으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며 “예산범위 안에서 하다보니 좀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이렇게 바꾸고 난 뒤 그래도 깔끔해졌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나마 위로가 돼요.”

미용실 주인 김씨는 “미용실 분위기가 바뀌었다니 궁금해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이런 사업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미용실 안 진열장의 바뀐 후

와 전 모습

아트테리어사업은 지역 예술가가 낡은 소상공인 가게의 내외부 모습을 새롭게 바꿔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아트테리어는 ‘아트’(Ar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지역 예술가는 가게 주인과 함께 소통하며 가게 내외부 디자인 개선, 브랜드 개발 등을 1 대 1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또한 아트테리어사업은 소상공인과 지역 예술가의 상생이 핵심이다. 동네 가게 주인은 오래되고 낡은 가게를 바꿔서 좋고, 지역 예술가는 재능을 살려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골목상권 분위기가 바뀌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여 명의 지역 예술가가 참여해 소상공인 가게 1138곳을 새롭게 바꿨다. 올해는 14개 자치구에서 아트테리어사업을 하는데, 관악구도 이 중 한 곳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관악구는 2019년 사업 이후 꾸준히 아트테리어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났다. 2019년 54곳이던 것이 2020년 144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907곳에서 신청했다. 10월까지 지역 예술가 143명이 소상공인 가게 467곳의 가게 내외부 디자인과 전통시장 440곳의 가게 간판을 개선한다.

대원이발소의 바뀐 후

와 전 모습

“이전에는 분위기가 칙칙했죠. 바꾸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손도 못 댔는데 이렇게 바꿔주니 너무 고맙죠.”

난곡동에 있는 대원이발소 주인 김기선(63)씨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발소 분위기가 칙칙해진 걸 느꼈다.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나이와 인테리어 비용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트테리어사업 신청으로 이발소 내외부를 바꿨다. 김씨는 “인테리어를 바꿔 항상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데서 오는 지루함을 벗어날 수 있고 기분 전환도 된다”며 “가게에 더욱 애정이 느껴지고 이전과 달리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대원이발소는 디자이너 김민지씨가 ‘변신’을 책임졌다. 이발소 실내 디자인, 이발소 입구 시트지 디자인, 로고 디자인,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했다. 김 디자이너는 먼저 이발소 전체 공간에 대한 디자인 콘셉트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김 디자이너는 “최근 바버숍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 자연스럽게 레트로(복고풍)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곳, 중년과 노년층이 기분 내기 좋은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대원이발소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은 2019년 12월 말부터 2020년 3월 중순까지 진행했다. 먼저 이발소 주인 김기선씨와 디자이너 김민지씨는 서로 대화하며 개선 방향을 찾았다. 다음으로 김기선씨가 원하는 내용과 비슷한 사례를 김민지씨가 알기 쉽게 이미지로 보여주고, 김민지씨도 디자인 방향을 제안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최종 결정된 내용을 실제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이발소를 새롭게 단장한 주인 김씨는 “이렇게 바꾸고 나니 단골손님들이 좋아하더라”며 “이제 손님만 많이 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발소 입구의 바뀐 후(왼)와 전 모습(오)

난곡동에 있는 고깃집 두꺼비정육식당도 아트테리어사업으로 2020년 4월 내부 메뉴판을 새로 바꿨다. 두꺼비정육식당은 가게 안 벽면에 붙어 있던 천으로 만든 메뉴판 대신 원목을 네모반듯하게 다듬어 새 메뉴판을 만들었다. 메뉴판에 들어가는 두꺼비 모습의 로고는 간결하고 친숙한 형태로 토속적인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 상호도 캘리그래피를 사용해 정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었다. 기존 메뉴판은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고 여러 색상을 사용해 산만해 보였는데 새로 만든 메뉴판은 두꺼비가 들어간 로고를 새로 만들고 배경보다 메뉴 글씨가 돋보이도록 해 주목도를 높였다.

“이 건물도 30년이 넘어 전체 수리를 하지 않는 한 어떤 인테리어를 해도 표가 잘 안 나요. 그래도 손님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게 메뉴판이라서 메뉴판을 새로 바꿨죠.”

두꺼비정육식당 주인 고경연(56)씨는 32년째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건물에서는 7년째다. 고씨는 “100만원 남짓으로 표 나게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려면 아이디어가 상당히 중요한데 젊은 작가들이 감각적으로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난곡로 24길과 26길 일대에 있는 상가 모임인 난곡골목시장상인회장을 맡은 고씨는 “일반 전통시장에 비해 골목상인들이 혜택을 못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을 골목상권에서 받는 게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서 주위 상가들이 힘을 합쳐 상인회를 만들어 ‘골목형 상점가’로 등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씨는 “아트테리어사업은 골목상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살릴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관악구는 아트테리어사업으로 난곡동 윤선음악교습소 옆 주차장 벽면에 벽화를 그려 밋밋했던 주위 환경을 산뜻하게 바꿨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관악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