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착공에 거는 기대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등록 : 2021-06-10 15:17 수정 : 2021-06-10 16:20
지난 5월20일 도봉구 창동에서 착공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의 준공 뒤 예상 모습. 과학관은 2023년 7월 준공 예정으로, 로봇·인공지능 분야 창의인재 양성과 공공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만든 나비 효과가 인간 세상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택배 대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자 배달 수요가 많아졌고 택배 물량은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택배 물량은 총 33억7천만 개로, 2019년 27억9천만 개 대비 2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만큼 택배 기사들의 손은 더 바빠졌다.

요즘 짓는 신축 아파트는 차량이 지상으로 다니지 못하고 지하로만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차체가 높은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 택배 기사가 손수레에 택배 물품을 싣고 배송에 나서는 모습을 뉴스로 접했다. 배달 물량이 급증해서 배송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배달 업무가 가중되는 택배 기사들은 신축 아파트가 배송지일 경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진입 문제는 갈등의 시작이 됐고 ‘택배 대란’이라는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이런 인간 사회의 갈등을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인공지능 로봇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여러 대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택배 기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만 가서 로봇에게 택배를 넣고 동, 호수를 입력하고 다음 배송 장소로 이동한다. 그러면 배송로봇이 지상에서 천천히 움직여 입력된 집의 현관 앞까지 가서, 문자나 인터폰 등으로 주민에게 도착을 알리고 주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주민은 로봇에 부착된 터치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로봇 뚜껑을 열고 택배를 찾아간다.


이 시나리오대로 배송로봇이 작동할 수 있다면 분명 배송로봇은 택배 대란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택배 기사와 아파트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다. 택배 기사는 단지에 진입해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소모되는 아까운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주민은 물건을 인계하지 못해서 물건을 현관에 두고 갈 때 생기는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는 교통사고로부터 더 안전한 아파트가 될 수 있고 주민은 현관을 열었을 때 로봇에게 물건을 배송받는 비대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택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문제 해결 방안 중 로봇을 사용해보자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배송로봇으로 택배 대란을 해결하는 상상은 터무니없는 공상일까?

로봇이 등장하면 일자리 등 인간의 영역이 축소되거나 침해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남에 따라 로봇의 쓰임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는 만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 역시 계속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결국 로봇은 사람과 같이 일하는 진화된 도구”라고 말씀드린다.

앞서 소개한 시나리오 속 배송로봇은 현재 시험 운행 중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해봤다면, 일단 비슷한 경험을 해봐야 하고 해결되는지 시도해 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을 접해보지 않는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 로봇의 쓰임을 상상해보기란 쉽지 않다. 더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우리 삶에서 함께 일하는 진화된 도구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가 로봇과의 접점이 많아져야 한다.

지난 5월20일 도봉구 창동에서 실제 로봇이 사람과 어울려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첫 삽을 떴다. 서울시는 로봇인공지능과학관 건축 과정부터 로봇을 참여시키는 등 조성 과정마다 로봇을 활용하며 시민과의 접점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 역시 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누구나 다양한 로봇을 실제로 접하고 체험해보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탄생하길 희망한다. 이 공간이 인간 사회 갈등을 로봇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상상을 하며, 가능성을 찾는 출발선이 되길 바란다. 이런 작은 접점을 시작으로 인간이 아닌 로봇에 대한 상상이 우리 인간의 삶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모순적 상황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