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참 위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기고 ㅣ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등록 : 2021-02-18 15:10 수정 : 2021-03-12 15:04

2018년 영국에는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생겼다. 영국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이 ‘외로움 장관’을 겸직하게 된 것이다. 이미 2010년에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영국의 정책은 아일랜드의 ‘외로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게 했고, 독일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다루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할 때 우리는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인가, 사회적 현상으로 볼 것이냐는 경계 위의 질문을 하게 된다.

서울시에서는 2020년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16년부터 청년수당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정서 진단과 심리 상담을 확대해달라는 청년 당사자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본격화한 사업이다. 청년실업과 사회적 고립, 관계 단절 등 소위 ‘사회적 우울’을 겪는 청년이 심리정서적인 활동을 도모해 더 큰 병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차원 사업으로 시작됐다. 2020년에는 만 19~34살 청년을 대상으로 총 3309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사를 매칭해 7회기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참여자 중 여성이 2760명(83%), 남성이 549명(17%)이었다. 심리적 고위험군 비율은 25%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2.5배 상승했다. 지난해에 사회적 문제로 야기됐던 20대 여성의 자살률·자살시도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가 청년 마음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하나의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이미 사회적 단절과 높은 우울감, 더욱 낮아지는 자존감 속에서 헤매던 청년들에게 코로나19가 더욱 위험하게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 단초는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수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2020년도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고 심사를 통해 선정된 30편의 수기 모음집 ‘상담은 처음이라’를 발간했다. 한 참여자는 코로나19로 권고사직을 당한 30대 여자 백수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웠으며, ‘우울증’ ‘정신과’ ‘약’에 대해 스스로가 가진 부정적인 인식과, 병원에 다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가족들로 인해 마음의 병이 더 깊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에서 상담받으면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언어화하는 방법을 안내받았고, 치료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스위스 여행 중 본 지하철역 주변 보행통로와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비교했다. 그는 장애인은 물론 큰 짐가방을 든 여행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로 된 스위스의 보행통로가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개인이 느끼는 괴로움과 불안에 대해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특히 이 참여자는 오래전부터 가족과의 불화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지만 비싼 상담료 때문에 매번 상담사를 바꾸면서 불안정하게 상담을 이어오다가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더는 상담받지 않게 됐다고 한다.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상담사 만족도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 측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담사의 경청과 공감으로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되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사업은 청년과 청년이 겪는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 정책 취지를 알리고자 심사를 통해 전문상담사를 선정하고 서울시에서 직접 상담사에 대한 교육을 한다. 이 문제를 나약한 개인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사회적 지지와 환대를 받아보지 못한 청년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동력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더 많은 청년이 이곳에서 하소연하고 ‘나답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다시 기대해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