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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앨버트로스의 경고 담은 무용 ‘플라스틱 버드’

플라스틱 버드(9~10일)

등록 : 2021-01-07 16:26

태평양의 섬 미드웨이에 사는 앨버트로스라는 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새하얀 털을 가진 길이 3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새의 비극적 운명은 3년 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2017년)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크리스 조던이 만든 영화로 국내에는 개봉되지 못했지만 환경단체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배고픈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는 어미 새의 모습이다. 8년의 추적 끝에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결국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서 죽어가는 앨버트로스의 모습이 처절하게 공개된다. 감독은 어린 새끼의 주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작품은 지구의 환경 문제와 이기적인 인간이 품은 오만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다큐멘터리의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무용 <플라스틱 버드>(안무 최지연)는 오는 9~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공연은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무용 부문에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동시대에 질문하는 작품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플라스틱 버드>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 경고장을 던지고 싶었던 안무가의 의도가 무용수의 몸짓을 통해 시각화됐다.

무대 위에선 날 수 있었으나 날지 못한 ‘날개’가 등장한다. 고통 대신 안온을 선택하여 강제로 날개를 퇴화시킨 인간. 평안한 삶을 보장받았지만, 그 끝에는 내칠 수 없는 욕망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그 둘은 인간의 삶 속에서 공존할 수 없으며,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우리는 과연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우리의 미래를 바꾸고 싶은가?” 다큐멘터리에서 던졌던 이 질문은 무용뿐 아니라 연극적 기법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자랑했던 최지연 안무가의 손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미장센(무대 연출)을 더한 이 작품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장소: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네이버TV 동시 생중계, 일시: 오후 4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3668-0007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