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우리 먹거리와 지역 경제 발전’ 대안 될 것”

10년차 맞은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이 가져온 학교 먹거리 변화 현장 진단

등록 : 2020-11-19 14:50 수정 : 2020-12-04 17:34
생산지

코로나 어려움, 서울시 ‘꾸러미’로 숨통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밤새 3번 검수, 안전한 식자재 공급

일선 학교

4차 검수, 친환경 국산 식자재 늘어나



2011년 첫 시행…제도 내실화 기해와

내년, 서울 모든 초·중·고 전면 실시

국내 식량자급률이 20%에 머문 상황

기후위기와 포스트 코로나 대비 위해

‘공공조달 시스템’ 확대 더욱 절실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강서)에서 식재료 1차 검품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목요일 밤 10시. 환하게 불을 밝힌 강서구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1t 화물차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파, 얼갈이, 쑥갓, 미나리, 느타리버섯, 양파, 감귤 등 충청도부터 제주까지 전국 9개 산지에서 농산물을 싣고 왔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올본)가 식재료 공급을 맡은 초·중·고등학교는 1천여 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강서센터는 480여 개를 담당하고 있다. 각 학교 급식재료 배송 구역으로 농산물 상자들이 배분되는 동안 야간 검품 담당 직원 8명의 손발도 바빠졌다. 배송을 시작하는 새벽 5시까지 7시간 정도 남았다. 이 동안 시료 채취, 1차 검품, 안전성 검사, 2차 검품과 3차 검품을 순서대로 진행한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위해 2010년 구축한 서울시의 학교급식 공공조달 시스템이다. 2011년 처음 시행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이 만 10년 차를 맞은 올해, 더욱이 2021년 고교 무상급식 전면화를 앞둔 지금 현장 소감은 다양했다.

“피부로 느끼는 큰 변화는 아무래도 ‘식재료 인식 개선’이죠.”

윤정선(46) 강서센터 검품 담당 과장이 생산지 라벨을 비교 확인하며 말했다. 윤 과장은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강서센터가 개장한 2010년 이후 시범사업 때부터 10년 동안 시료 검품을 책임지며 야간 노동을 해왔다.

“센터가 유통하는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과 비교하면 벌레 구멍이 있어 예쁘지 않고, 크기도 정갈하지 않잖아요. 이 때문에 시행 첫해엔 ‘이걸 어떻게 쓰냐?’며 품질을 의심받았어요. 그런데 설명회와 ‘산지 체험’ 등 행사를 해마다 해온 결과 지금은 이것을 친환경 농산물의 증거라고 인식해서 유통도 엄청 수월해진 점이 보람이라고 봐요.” 윤 과장 말이다.

다음날 아침 7시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고등학교. 이 학교 최민경(36) 영양사는 센터에서 보내온 재료를 막 받아서 급식실 요리사들과 함께 4차 검품(학교 검품·검수)을 시작했다. 최 영양사는 지난 10년간의 눈에 보이는 변화에 대해 묻자 “전체적으로 아이들 급식에 국산 식재료가 많이 늘었고 음식 쓰레기 배출량이 줄었다”고 답했다.

“예를 들면 마늘종의 경우, 중국산은 종종 농약이 검출될 때가 있어요. 친환경유통센터로 발주를 넣으면 농약 검출을 미리 해주시는데, ‘오늘은 검출량이 있어서 마늘종을 못 보낸다’라는 식으로 고지가 와요. 점점 국산을 믿고 쓸 수밖에 없죠. 단호박도 전엔 뉴질랜드산을 썼는데, 센터 측에서 ‘지금은 국내산이 좋다’며 비싼 국산 재료로 단가를 맞춰주셔서 다음 발주와 검수가 용이해진 적도 있었어요.”

한편 코로나19 사태나 태풍 등으로 인한 ‘비상상황’ 탓에 생긴 피해와 혼란은 생산지부터 조리대까지 현장에서 꼽은 공통적 어려움이었다. 생산지 관계자들은 지난 5~9월 전년 대비 늘어난 강우량과 연이은 태풍 등으로 파종 시기를 놓치거나 작황이 좋지 못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생산지 농가는 더욱이 코로나 악재까지 겹쳐 여전히 피해 수습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김도훈 경북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상무는 “계약재배를 하는 친환경 농가의 경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파종을 하고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됐던 봄부터 기후변화가 컸던 가을까지 생산자들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지난 6월부터 서울시가 ‘식재료 꾸러미’(학생가정 식재료 꾸러미 지원사업) 등을 도입하며 숨통이 트였는데, 빠른 친환경급식 안정화와 더불어 이런 잉여 생산물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편입니다. 내일 아침 아이들 먹일 건강한 재료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버티는 중입니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동시에 맞은 오늘날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무상급식의 성과를 챙기고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점검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공공조달 시스템’의 견고한 확대가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흥주 원광대학교 교수(보건복지학)는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식사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며 “급식의 질 향상과 아동청소년 건강증진,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을 견인해온 성과를 비롯해 이제 기후위기와 코로나라는 긴급재난 앞에서 식량주권 확립과 식량자급력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국내 식량자급률이 20%에 머물고, 글로벌 곡물 메이저 기업 식량 유통망에 먹거리 공급을 의존한다면 코로나 팬데믹 같은 긴급재난 상황에서 자주적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브라질의 식품 공공조달 프로그램(PAA)이나 이탈리아 로마의 창조적 공공조달 전략, 영국의 학교급식 정책과 지역 생산자들과 맺은 연결망이 아동 건강과 지역 회생에 선한 영향력을 준 사례를 예로 들며 “무엇보다 ‘학교급식’은 시장·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다면적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공공조달은 학교급식과 우리 사회 먹거리 체계 변화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사회·생태적 발전을 촉진하는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서울시 친환경 학교 무상급식 총소요액은 6322억원이며 이 가운데 서울시는 1858억원을 지출했다. 재원분담비율은 서울시 30%, 자치구 20%, 교육청 50%이다. 급식 지원단가는 공립초등학교 3731원, 국·사립초등학교 4827원, 중·고등학교와 각종 학교 5610원, 특수학교 5275원으로 식품비, 관리비, 인건비 등이 포함된 학기 중 평일 중식비 기준이다.

고등학교 친환경 학교급식은 2019년 22개 자치구 319개교 3학년(8만4천여 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올해는 여기 2학년을 추가했고, 2021년부턴 1학년과 국공립·사립 등과 관계없이 서울 1348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생산지 라벨을 비교하고 확인하는 과정.

글·사진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