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시민이 만든다

기고 ㅣ 서노원 서울시 지역발전본부장

등록 : 2020-11-12 15:43

이전까지 도시계획은 행정가와 전문가 몫이었다. 공공 주도로 도시계획이 이뤄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럼에도 시민 스스로 도시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도는 계속돼왔다.

유별나다고 평가될 정도로 시민 참여도가 높은 미국 포틀랜드시. 도시 개발과 재생의 초기 단계부터 시민 참여를 보장해오고 있다. 주요 사업에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추진하는 것도 체질화돼 있다.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 스웨덴 말뫼시. 모든 정보와 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도시’로 유명하다.

2014년 서울시는 광역 단위 최초로 도시계획 수립에 시민 참여의 물꼬를 텄다. 전문가와 행정가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도시계획에 시민이 참여하고, 의사를 반영한다는 생각은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다. 시민참여형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은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라는 원칙을 기초로 완성됐다.

2018년 서울시는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수립에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가용부지인 노원구 차량기지 일대 24만6998㎡(약 7만5천 평)에 조성될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대상지였다. 서울시는 기존의 아이디어 수렴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설계하는 ‘시민참여형 3D 구상 모델’을 개발했다. 개발 예정지를 시민들이 참여해 온라인 가상공간에 지어보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 공간이다. 도시개발 전 과정에 시민 참여를 대폭 확대한 최초의 시도였다.

2020년 서울시는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시민참여형 3D 온라인 플랫폼에 도전했고, 모두가 끄덕일 만한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민 500여 명이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했다. 노원차량기지 일대의 면밀한 분석, 차세대 바이오메디컬이 갖춰야 할 구체적인 시설, 현실성 있는 스마트기술 등 공공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민들로부터 나왔다.

두 번째, 시민 100여 명이 3D 온라인 플랫폼 공모전에 참여했다. 도시설계, 도시계획, 바이오산업, 건축, 스마트시티, 도시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이 3D 구상 공모전에 참여한 시민들을 직접 멘토링하며 도움을 주었다.

3D로 직접 시민이 구상하는 시민참여형 도시개발 모델을 처음 시도한 서울시는, 그 결과 ‘일과 여가가 공존하는 스마트 메디컬 시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특히 노원역에서 중랑천에 이르는 보행 네트워크를 섬세하게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가상 속 또 하나의 현실 도시를 만드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는 해외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2015년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3D로 도시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마트시티의 대표 사례로 부상한 싱가포르는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개발 단계부터 3D 모델링 구상까지 시민을 적극 참여시키는 최초의 실험모델을 구현했다. 시민이 직접 전문가와 함께 3D로 가상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험 검증한 뒤 실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시민 참여가 스마트시티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시민 참여’가 스마트시티를 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차별화된 노력으로 미래 스마트시티의 출발선인 ‘시민참여형 3D 도시개발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는 병원, 협회, 기업체와 관계 기관 등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관련 분야 다양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세계 최고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민과 함께 미래 서울이 나아가야 할 목표와 실천 전략인 계획을 수립해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준비해 나가겠다.

시민이 만드는 서울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3D 구상 공모전 대상 수상작 ‘일과 여가가 공존하는 곳, 스마트 메디컬시티’.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