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의도 금융 중심지 2.0 시대 연다

기고 ㅣ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

등록 : 2020-10-15 15:44

2020년은 전례 없는 도전의 순간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클수록 내일을 향한 투자는 지속돼야 하고, 미래를 위한 대비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성과 지속적인 실행력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수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서 121개 도시 중 2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1단계 오른 수치다. 또한 서울은 핀테크 경쟁력 부문에선 18위를, 미래 부상 가능성이 높은 도시 순위에선 6위를 차지했다. 홍콩(10위), 뉴욕(15위)보다 발전 가능성 부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동안 서울시는 해외 유수의 금융 도시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엔화, 위안화 같은 국제통화의 부재, 높은 환율 변동성, 예측 불가능한 규제 등 다양한 이유로 금융 허브의 꿈은 멀어져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 GFCI 발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팬데믹 상황이 역설적으로 서울의 금융 경쟁력을 높일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래 금융의 가능성을 ‘혁신’ ‘인재’ ‘집적’을 통해 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서울시의 준비된 도전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든 것이다.

금융 ‘혁신’을 위해 서울시는 여의도에 국내 최대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서울핀테크랩’을 조성했다. 올해 100개 핀테크 기업, 금융 혁신가 1천여 명이 근무하게 되는 대규모 핀테크 생태계인 서울핀테크랩은 국내 금융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성장해 1년 반 만에 490억원 투자, 460억원 매출, 350명 추가 고용, 11개 국가 진출을 이끌어냈다.

서울시가 미래 금융을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카이스트(KAIST)와 함께 조성한 ‘여의도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에선 이미 15: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1기 학생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 사이언스, 빅데이터와 금융을 접목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핀테크에 특화된 엠비에이(MBA·경영전문석사) 과정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앞선 전문 교육과정으로, 앞으로 전세계 디지털금융을 이끄는 교육 모델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여의도 금융 중심지 내 국내외 금융기관을 ‘집적’시키기 위한 ‘서울시 국제 금융 오피스’도 조성 중이다.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로 진입을 희망하는 국내외 금융기관에 사무·회의·네트워킹 공간을 지원하고 최대 5년간 임대료·관리비 70% 이상을 지원한다. 여의도 금융 중심지로 진입 비용을 크게 낮춰 우수한 금융기관을 유치하고 금융기관 간의 교류·협업이 활성화되면 서울의 금융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과 ‘인재’ ‘집적’을 통한 변화는 여의도 금융 중심지 2.0을 여는 서울시의 도전이다. 증권사, 자산운영사, 보험사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중심지였던 여의도가 지금은 핀테크와 기존 금융기관이 융합된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

GFCI를 발표한 영국 시장조사기관 Z/Yen그룹의 지수 총괄 책임자인 마이크 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금융 도시가 양극화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도시 간 지리적 경계가 약화하면서 많은 도시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대신 주요 금융 도시의 경쟁력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위 10위권의 도시 평가 점수는 올랐지만, 20위권 이하의 도시는 평가 점수가 큰 폭으로 내렸다.

이번에 서울은 평가 순위와 점수 모두 상승했다. 금융 도시 간 격차가 양극화되는 위기의 시대, 서울시의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전이 서울 금융 산업을 성장시키고 금융 허브로 발전시키는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이에프시(IFC) 서울 전경.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