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트라우마, 긍정 심리 연대로 극복하자

기고 ㅣ 신열우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록 : 2020-09-17 15:35 수정 : 2020-09-17 17:39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낯설게 바꿔놓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2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지나가면 혹시 하는 마음에 경계심을 갖게 된다. 상대방의 눈동자를 마주 보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오던 대면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비대면 중심의 인간관계로 방향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우울 증세 심리상담 지난해 대비 1.8배 늘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 등 방역 현장 인력을 포함한 국민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거리 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 관계 단절에서 오는 고독과 불안, 우울 등으로 심리상담 건수가 같은 기간 대비 1.8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조용한 전파’가 가져다주는 공포는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생하면 불안과 공포,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배타적 감정을 드러내고, 무력감과 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질수록 심리적인 거리는 가깝게 유지하면서 관계의 끈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심리적 방역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우울’을 질병 코드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도 830명이 심리지원 치료받아


10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772만 명 이상이고, 사망자는 90만 명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확진환자는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수도권의 종교시설과 집회를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일일 441명까지 올라갔다가 10일 현재 여전히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월 국내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19 의심환자 이송을 전담하는 구급대를 편성해 대응하고 있다. 10일까지 서울시 119구급대는 코로나19 의심환자 1만4384명을 이송했으며 이 중 177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투입된 구급대원만 연인원 3만8841명이다. 현장 활동 뒤 자가격리된 구급대원이 1077명, 감염 관찰실에 격리됐던 대원이 908명이다. 구급 활동 뒤 격리됐던 대원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아닌지, 가족이나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도 코로나19 대응 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특별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이송한 전담 구급대원, 자가격리 소방공무원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교육을 해오고 있다.


소방관 심리적 안정, ‘현장 서비스 향상’ 이어져

8월 말 기준 약 830명의 소방공무원이 심리지원 프로그램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약 3% 직원의 경우 지속적인 상담·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은 곧바로 현장에서 시민에 대한 소방 서비스 품질 향상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서울시도 시민의 심리지원을 위한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 자영업자, 노인 등을 상대로 심리안정 콘텐츠 제공을 통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제약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어쩔 수 없다면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도 우리 안에 존재함을 잊지 말자.

신열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코로나19 의심환자 이송에 투입될 구급대의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