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온실가스 꾸준히 측정하는 이유

기고 ㅣ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

등록 : 2020-09-03 16:18 수정 : 2020-09-03 16:20

올여름 우리는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장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인근 지역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기록적 폭우로 홍수 피해를 본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는 “올여름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여름 장마는 기후위기의 표상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 한파,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이 돼, ‘이변’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무색할 정도다. 올해 폭우 피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도 휩쓸었다. 한편 시베리아에는 폭염과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기존의 대기 순환구조를 깨트려 기후 변동 폭을 벌리고 있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가 최종 승인됐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전세계 탄소 순배출이 ‘0’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8개국에서 상위 3개 도시가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도시의 탄소 배출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이산화탄소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등은 정지궤도 탄소 측정 위성을 띄워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면도와 제주도 고산 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세계기상기구 관측시스템에 가입해 제출하고 있으나, 기후변화 대응의 실질적인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임을 고려하면 도시를 비롯한 지자체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확충돼야 한다.



서울시, 국내 최초 ‘도시 배출 이산화탄소량’ 산정

서울시는 7월9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교통, 숲, 에너지, 자원순환 등 5대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담은 ‘2050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발표했다. 감축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는 현재 배경 지역 측정소인 관악산과 도심 배출량 모니터링을 위한 남산, 올림픽공원 등 총 3곳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여기서 축적된 지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도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시내 4곳의 이산화탄소 관측 농도를 비교한 결과, 서울 도심은 배경 지역에 비해 여름철에는 27ppm, 겨울철에는 20ppm 높았다. 도시 내부의 자체 배출로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분, 즉 ‘도시 증가분’을 규명한 것이다. 서울 중심에 있는 용산 관측지에서 가장 높은 농도인 448ppm을 나타냈고, 해발 630m에 있는 관악산은 423ppm으로 도심이 배경인 지역보다 최대 24ppm 높았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중국 베이징보다는 낮지만 프랑스 파리와 미국 보스턴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린뉴딜의 시작, 온실가스 모니터링부터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을 살펴보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있으나 목표 달성 과정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린뉴딜의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모든 환경 정책은 과학적 모니터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도시대기 측정소에서 환경연구사가 대기오염 측정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