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 논란 건국대…오늘 열리는 이사회에 관심 집중

등록 : 2020-06-25 12:18 수정 : 2020-06-25 12:23
지난 12일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선출위원회 1위 후보 배제한 채

2위 후보를 총장으로 선출하자

교수협의회·동문단체 잇단 항의성명


학교 간부가 총선위에 압력 행사 의혹 일고

“1위 배제는 구성원을 들러리 세운 것” 비판

오늘 이사회, ‘화합의 길’ 될지 ‘파국의 길’ 될지 주목


6월24일 발표한 문과대 교수협의회 성명서

사학 명문 건국대학교는 ‘파국의 길’로 갈 것인가, ‘화합의 길’로 갈 것인가?

‘법인의 총장 선거 불법 개입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건국대가 기로에 서게 됐다. 오늘 오후 2시에 열리는 이 대학 법인 이사회가 이번 사태에서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인 이사회가 신임 총장 임명과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에 따라 사태가 수습되고 다시 화합의 길로 돌아설지, 아니면 건대 구성원들과 재단의 갈등이 심화되는 ‘파국의 길’로 갈지 결정될 전망이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12일 건대 법인 이사회가 제21대 총장으로 전영재 화학과 교수를 선임한 것이다. 이사회 선임 직후부터 건국대 구성원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일어나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2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앞에서 재학생들이 학교법인의 부당한 총장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사회 3일 뒤인 6월15일 교수협의회가 ‘제21대 총장후보자 선출과정 부당개입 의혹에 대한 답변 요구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건국대 민주동문회인 ‘청년 건대’(6월16일), 건국대 총동창회의 건국체육회(6월17일), 건국대 83·85·86·87학번 동기회(6월18일), 김상원 등 건국대 학생 111인(6월19일), 정의당 건국대학교 학생위원회(6월21일)가 성명을 냈고, 건국대 교수협의회 2차 성명(6월22일), 건국체육회 2차 성명(6월24일), 문과대 교수협의회 성명(6월24일) 등이 이어졌다.

이들 성명은 대부분 △ 재단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고 △ 전 건대인이 참여한 ‘총장 선출위원회’ 결과에 반하는 총장 임명을 철회하고 △ 재단의 개입 여지를 줄이기 위해 ‘총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건국대 구성원들이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것은 ‘법인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이다. 성명에 참여한 건국대 한 구성원은 “학교의 간부급 인사들이 6월11일 총장 선출위원회 선거 직전 소위 법인의 ‘오더’를 받아 선출위원인 직원들에게 지시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학교 안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총선위가 선출한 총장후보자 3인. 건국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갈무리

건대는 3인의 총장 후보를 총장후보선정위원회(총선위)에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3인의 총장 후보 중 한명을 이사회가 최종 선임하는 구조다. 총 75명인 총선위는 교수(43명)·직원(14명)·동문(4명)·사회지도층 인사(7명)와 학생(7명)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총선위 투표 결과 9명의 후보 중 김성민 철학과 교수가 1위(24표), 전영재 화학과 교수가 2위(18표), 박성열 교육공학과 교수가 3위(14표)를 차지했다. 건국대 구성원들은 이 가운데 전영재 교수가 얻은 표 중 다수가 재단의 압력에 의한 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6월11일 총선위 선거 직전에 열린 소견 발표 현장에 참여한 한 인사는 “전 교수가 너무 성의 없이 소견 발표를 해서 1표도 못 얻을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런 예상과 다르게 전 교수가 18표를 얻은 데는 학교 고위 간부가 직원 위원들(14명)에게 ‘전 교수를 찍으라는 재단의 지침을 전달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거론되는 이 학교 간부들은 전영재 교수가 지난 5월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던 한 벤처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임 논란’도 일고 있다. 법인의 지시와 더불어 자신의 투자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욕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21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전영재 교수. 사진 건국대 제공

건국대 구성원들이 두번째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법인 이사회가 총선위 투표에서 1위를 한 김성민 교수를 제치고, 2위를 한 전영재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는 부분이다.

물론 규정상으로는 법인 이사회가 총선위에서 뽑은 3명의 후보 중 누구를 선출해도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 전체를 살펴보면 규정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그러기에 “총선위가 1위로 뽑은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전 건국대 구성원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라는 지적이 건국대 구성원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 첫번째가 유자은 법인 이사장님의 신년사다. 이 신년사에서 유 이사장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건국대학교 구성원들의 참여 기회의 폭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실이 이번 총선위 구성원이 7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총선위 구성원이 4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당시 총선위는 교수(28명)·직원(9명)·동문(3명)·사회지도층 인사(5명)와 학생(4명)으로 구성됐다.

실제 총선위의 운영도 유 이사장의 말대로 건국대 구성원의 중지를 모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가령 학생 대표의 경우를 보자. 건국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번 총선위에서 7명의 학생 중 4명을 선출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1.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학부생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선정되어야 한다. 2. 학생 대표 4인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운영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총학생회장이 추천한 2인으로 한다. 3. 2020학년도 1학기 재학생이어야 하며, 5월18일 총선위 구성 전날 기준으로 2020학년도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이어야 한다. 4. 학생대표 4인은 각 소속 단과대학이 중복될 수 없다 등 4개의 원칙을 세우고 학생 대표를 선출했다. 이렇게 각 부문에서 대표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통해 총선위 위원이 선정된 것이다.

더욱이 올해 총선위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강화했다. 2016년에는 단지 후보자들이 5분 정도 자기 소견만 발표한 데 반해, 이번에는 자기 소견 발표에 이어 총선위 위원들이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공청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도 전체 구성원들로부터 모았다. 가령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경우 지난 6월4~7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총장 후보자에게 던질 질문을 모았다.

성명에 참여한 한 인사는 “총선위 참여 인원이 크게 늘어나고, 공청회 형식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들이 상당히 반영되면서 총선위 투표 순위는 바로 건국대 구성원의 민의를 강하게 대변한다고 보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법인 이사회에서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총장 후보 선출은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는 데 반해, 이날 이사회는 2위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강해 2시간반 이상의 치열한 논쟁을 거친 뒤 ‘만장일치’라는 구절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에 대해 건국대 법인 관계자는 “총장 선출은 이사회가 정상적 권한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법인에서 총선위 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늘 오후 2시에 열리는 이사회도 소란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의당 건국대 학생위원회 등 학생들이 이사회장 앞에서 “총장 선출 무효” 등을 주장하는 피켓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고, 이사회 진행 과정에서도 12일과 같은 격론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명을 낸 단체들 중 일부에서는 오늘 이사회 결과에 따라 법인과의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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