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가 경기보다 나은 이유

기고│최한수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등록 : 2020-06-18 14:47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공공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에는 ‘공공은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인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공보건의료가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우리 사회가 겪었을 혼란과 손실의 정도를 알고 싶다면 사망자가 10만 명 넘은 미국을 보면 된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 적이 있을까? 물론 이것은 일차적으로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지만 우리 사회의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역시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4월16일 송파구 마천2동 주민센터에서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현장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재정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개인에겐 강화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발 빠른 대처도 인상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난지원금’ 정책이다. 주지하다시피 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은 경기도의 보편지급과 서울시의 선별지급이라는 두 형태가 존재했다. 두 정책은 각각 신속성과 효율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서울시의 선택이 소득보장과 경기부양 측면에서 보다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경제지표는 현재 충격이 경제 주체에 따라 이질적임을 보여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근로소득의 경우 3분위 가구(전체 5분위 기준)까지 소득이 감소했다. 소득 4분위와 5분위 가구는 소득이 증가했다. 산업별로 봐도 유사하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 사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항공이나 철도 등이 속한 ‘운수 및 창고업’이나 여행업종은 타격이 매우 큰 반면 온라인 쇼핑이 있는 ‘도소매업’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

현재의 충격이 이질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은 중앙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의 자치구별 차이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통계는 자치구별 소득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역별 상권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함을 보여준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5월 중순부터 2주간 강남구 카드 매출액 추이는 전년 대비 93% 수준에서 차이가 없었다. 반면 강북구는 103%에서 106%로 3%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서초구나 금천구에서도 동일하다. 좀더 엄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이는 이전 지출의 효과가 선별적일수록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이 두 사실을 종합하면 서울시의 선택은 신속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정책이 타당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위기의 폭·지속성과 관련이 있다. 1인당 1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과 달리 가구 수에 따라 지원액을 차등할 경우 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1·2인 가구(전체 30만원)에 좀더 많은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는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가 소득 감소에 직면한 계층에 좀더 큰 도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원 대상 측면에서도 서울시는 5599억원 규모의 재난긴급생활비 외에 다시 574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두 달간 월 70만원씩 총 140만원을 지급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한 정책에 1조3천여억원을 지출함으로써 자신의 재정 여력을 거의 소진해버린 경기도와 달리 서울시가 선별지급을 통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정책의 효과는 실제 소비와 지역 경제지표를 통해 더욱 엄밀하게 검증돼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원의 상당 부분이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통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후 정책을 위해 재난긴급생활비의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꼭 진행될 필요가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