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사례 0건, 광진구의 앞선 조처 결과

2020 구청장이 뛴다│모범적 코로나19 예방방역 100일 이끈 김선갑 광진구청장

등록 : 2020-05-21 15:01
광진구민 중 확진자 12명 발생했지만

해외요인이나 이태원 클럽 빼면 ‘제로’

마스크 예배 촉구하면서, 12만장 배포

자치구 최초 대학내 선별지료소 설치

낙후된 광진구 도시계획에도 전력 다해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발품 행정 빛나

감선갑 광진구청장이 지난 13일 광진구 관련 각종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디지털구청장실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의 대응조처를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구청장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디지털시장실과 같은 형식으로,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졌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즈음인 2월 초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선갑(60) 광진구청장은 평소 다니던 성당에서 신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미사를 보는 장면을 보고 집단감염 가능성을 우려했다.


담당 신부에게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밀집돼 있으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큰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신부는 공문을 보내주면 내용을 전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성당에서는 주보 등을 통해 신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안내했으나 마스크를 쓴 사람은 5명에 1명꼴로 적었다고 한다. 김 청장이 미착용 이유를 물어보자 “어떻게 마스크를 쓰고 예배를 보느냐” “불경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김 청장은 신부에게 “예배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지 않으냐”고 거듭 신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다.

김 청장은 광진구 기독교 연합회장에게도 똑같이 협조 요청을 당부해 약속을 받아냈다. 광진구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대규모 종교시설 전체에 세 차례 걸쳐 마스크 12만8550장을 배포했다. 다른 어떤 자치구보다 발빠른 대응조처였다. 2월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밀집 예배로 인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톨릭교회와 조계종에서 예배 중단 조처를 내리기 이전에 광진구에서는 선제조처를 했다.

또한 3월 초 대학 개강을 앞두고는 중국 유학생 입국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대학 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유학생을 상대로 입국 때 검역소 1차 검진에 이어 2차 검진을 하고 1대1 모니터링도 했다. 또한 입국 유학생을 위한 특별 수송버스를 운영하고 국내에 첫 유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더 강력한 예방을 위해 임시 거주시설을 마련하고 직접 의료진이 찾아가는 방문 검진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보건소뿐만 아니라 광진구 15개 동 전체에 방역봉사대를 설치해 방역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출동하고 방역용품을 대여할 수 있도록 평소에 촘촘한 방역 그물망을 편성해 유지했다.

5월16일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3명을 비롯해 모두 12명의 광진구민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광진구 내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구의 남다른 방역활동이 적지 않은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13일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광진구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촘촘한 방역체계를 통해서 나름 선제 조처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잘했다기보다는 광진구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의료진이 함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공을 시민과 의료진에게 돌렸다.

김 청장은 이태원 클럽 감염 사태 발생 직후에는 “이태원 클럽 감염 의심자들은 바이러스양도 많고 활동량도 많아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우선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유흥시설 특별관리대책추진단을 신설해 관내 각종 유흥시설을 점검하고 이태원 클럽 이용 주민들에게는 검체검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이태원 클럽 외국인 방문자를 겨냥해 검진 안내 문자를 영문으로도 발송해 눈길을 모았다. 9~12일 광진구 보건소에서 진행한 이태원 관련 검체검사에 712명이나 참여한 것은 이런 적극적인 대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의 효과적인 조기 차단을 위해 익명 검사를 일찍부터 추진했다. 서울시·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12일부터 익명 검사를 성사시켰다.

그가 전염병 방역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 데는 2015년 서울시 의원 시절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 서울시의회 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염병 방역에 대해 경험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지난 13일 구청 앞마당에 마련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원스톱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관내 소상공인들에 대한 코로나19 지원 노력도 남다른 데가 있다. 구청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한자리에서 대출 지원을 위한 상담과 서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체계를 만들었다. 3월26일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빠른 조기 추경을 마련해 서울시 최초로 1년간 무이자(기존 대출자 포함)와 함께 40만원 상당의 보증수수료까지 면제하는 특례운영자금 50억원을 마련했다. 또한 이 자금이 인기가 높아 조기에 소진되자 기존에 운영하던 긴급운전자금 중 308억원을 1인당 2천만원에 한해 무이자, 보증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매출이 뚝 떨어져 월세와 직원 급여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고초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재정 부담이 있지만 영세상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기 힘들어 무이자 지원을 하면 숨통을 틔우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상인을 괴롭히는 배달 앱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익 배달앱 ‘광진나루미’ 개발에 착수해 이르면 하반기에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달 앱 수수료 부담액이 (매출 대비) 16~20%에 이르기 때문에 영세상인에게 매우 큰 부담입니다. 여기에다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죠. 광진구 안에 7천여 개의 요식업체가 있는데 요식업협회에서는 공공 배달 앱이 운영되면 단체로 가입하겠다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광진구의 지역 방역 일선 책임자로 일하면서 아쉬움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김 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방역 마스크를 지원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임산부와 노인에게는 촘촘한 KF-94 마스크보다는 숨쉬기에 편한 KF-80이 낫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전달할 때도 동 주민센터의 방문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서 취약계층의 상태를 확인하고 불편사항을 보건소 등에 전달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방역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간부회의에서 <광진구 코로나19 백서>를 발간하도록 지시했다. 간부회의에서 논의한 것은 물론, 구청장 지시사항, 시행착오·쟁점 사항을 자세히 기록해 바이러스 종식 때 발표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반복할 것이기 때문에 차후 방역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김 구청장은 기대했다.

오는 7월이면 민선 7기 자치행정도 어느덧 반환점을 돈다. 광진구 의원, 시의원을 거쳐 2018년 처음 구청장으로 당선된 그에게 2년간의 세월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광진구 간부는 “구정 구석구석을 일일이 챙기는 스타일이라 직원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방역도 잘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최대 관심사는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지역 개발 활성화인 듯하다. 지난해 12월 ‘광진구 미래발전을 위한 도시계획 용역’을 끝내고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지원 요청을 했다고 한다.

“광진구 도시계획을 잘 살려달라는 게 아니라, 비정상을 바로잡아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1995년 민선 시대 개막 이후 서울시 25개 다른 자치구에 비해 외형적 변화가 가장 적은 구가 광진구거든요. 아파트 비율이 4월 현재 21.3%로 가장 낮고, 상업 비율도 1.18%로 금천구에 이어 24위로 처져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시행한 폐지수집인 지원제도도 ‘김선갑표 발품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폐지단가 하락으로 생활고를 겪는 관내 폐지수집 어르신을 위해 전국 최초로 당시 ㎏당 평균 40원 하던 고물상 폐지 매입 단가를 70원으로 책정해 실제 단가의 차액만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구는 이를 위해 지난해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광진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125명의 폐지수집 어르신이 7844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관내를 돌던 중 폐지를 수집하던 어르신을 만났는데 고물상에서 폐지를 매입하는 가격이 너무 내려가서 생활이 안 된다는 하소연을 듣고 구정정책으로 반영했어요. 최근에 이분을 다시 만났는데 하루 매입량 100㎏이 너무 적다고 해서 150㎏으로 늘리기로 했어요.”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