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코치의 한마디

“수십명 단위로 ‘주치 코치제’ 도입하면 삶의 질 크게 향상”

<코칭심리학> 저자 탁진국 광운대 산업심리하과 교수

등록 : 2020-04-30 17:16 수정 : 2020-06-13 22:27

“코칭심리학은 코칭 발전의 이론적 토대” 주장

한국코칭심리학회 창립에 주도적 역할 맡아

학회의 빠른 발전은 “피코치가 해결 주최”라는

코칭 철학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믿어

<코칭심리학> 저자인 탁진국 광운대 교수가 지난 4월24일 오목교역 근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코칭심리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대 코칭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탁진국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코칭심리학이 코칭 부문에 학술적 근거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며 “코칭심리학을 좀더 활용할수록 코칭의 효과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코칭심리학이 코칭 발전에 든든한 버티목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탁 교수는 이런 코칭심리학을 국내에 도입·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립대학에서 심리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탁 교수는 코칭, 직무스트레스, 리더십 분야에 대한 연구로 국내 및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또 관련 학문 업적을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되기도 했다.

탁 교수는 한국코칭심리학회가 2011년 한국심리학회의 14번째 분과학회로 출범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탁 교수는 출범에 앞서 2009년부터 2년 동안 코칭심리연구회를 만들고 이끌었고, 그 결과가 코칭심리학회 출범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코칭심리학회는 창립 당시 회원이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10년도 채 안된 지금 회원은 1,0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런 빠른 회원 증가세는 심리학 연구자들도 그만큼 코칭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증표로 읽힌다.

탁 교수는 코칭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무엇보다 심리상담 등이 기본적으로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코칭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폭이 넓다는 얘기다.

탁 교수는 “앞으로 코칭이 더욱 활성화해 코치가 몇십명 혹은 100명으로 구성된 그룹의 주치 코치가 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삶의 질이 낮은 편인 우리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탁 교수는 내다봤다.

탁 교수를 지난 4월24일 오목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인생 코치에 한마디’ 코너에 추천해줄 저서 <코칭심리학>(학지사 펴냄)의 한 구절을 듣기 위해서다.

<코칭심리학> 저자인 탁진국 광운대 교수가 지난 4월24일 오목교역 근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코칭심리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초기에 우리나라에 코칭심리학을 소개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 2000년도 중반에 코칭을 우연히 알게 됐다. 당시 미국 캔자스주립대학 심리학과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광운대에서 조직심리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해외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실무에서 코칭을 하던 분을 만난 것이다. 그 분을 만나서 코칭을 알게 되면서, 코칭의 여러 유용한 점을 알게 됐다.

이후 2009년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코칭심리 석사과정을 개설했고, 2011년에는 역시 국내 최초로 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이후 국민대 경영대학원과 아주대학교 등 국내 2~3개 대학에서 코칭 학위과정을 두고 있는 상태다.


- 저서 <코칭심리학>에 보면 다양한 영역의 관련 논문을 많이 쓰셨다.

= 광운대 학위과정이 일반대학원이기 때문에 대학원생들과 함께 해외 논문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을 10년 정도 진행하다보니, 수업시간에 검토한 논문들이 많아졌다. 또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한 성과들도 상당히 많다. <코칭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축적된 내용들을 소개한 것이다.


- 코칭과 심리상담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심리상담과 비교할 때 코칭은 코칭을 받는 주 대상들이 심리적으로 문제가 덜 심한 사람들이다. 즉, 일반인들이 타겟이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상담해주는 사람도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코칭은 코치들도 심리적 부담감을 덜 갖게 되는 것 같다.


- 코칭심리학이 코칭의 많은 영역에서 학문적 근거가 되는 것 같다.

= 코칭은 코치를 받는 사람인 피코치가 생각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꾸어서 실행하게 하는 과정이다. 즉,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 변화와 관련 있는 학문이 심리학이다. 심리학 자체가 인간의 사고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가령 발달심리학의 경우 아동들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를 연구하고, 사회심리학은 성인들의 변화를 연구한다. 그렇게 심리나 행동 변화와 관련해 검증받은 심리학적 기법들을 코칭에 사용함으로써 코칭의 효과가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가령, 코칭 중 강점코칭도 심리학의 긍정심리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심리학 쪽 연구는 사람들의 불안감이나 우울감 등을 어떻게 없앨 것이냐에 더 관심을 가졌다. 인간 심리의 긍정적인 부분, 즉 행복, 희망 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썼다.

긍정심리는 2000년대에 나온 것이다. 긍정심리는 행복 등 긍정적인 것을 끌어올리자, 희망을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사람들의 약점보다는 강점쪽으로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다. 강점코칭은 이런 심리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가져와 코칭에 활용한 것이다.

강점코칭은 피코치의 강점을 파악해서 “나도 이런 강점이 있구나” 하는 것을 인식하도록 한다. 피코치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면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당연히 코칭의 성과는 높아지게 된다. 이렇듯 코칭심리학은 코칭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 2011년 한국코칭심리학회 창립을 주도하셨다.

= 당시 코칭하는 분들을 보니까, 코치 중에서 심리학 베이스를 가진 분들이 거의 없었다. 당시 코치 중에는 경영학을 하신 분들도 있고, 공대를 졸업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정작 심리학 연구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심리학을 하시는 분들 중 코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2009년에 코칭심리연구회를 우선 만들었다. 당시 심리학회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코칭심리에 대해 설명하고 심리학자들 중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연락을 달라고 했다. 코칭심리연구회로 2년 동안 활동한 뒤 2011년 심리학회의 14번째 분과학과로 코칭심리학회로 발전시켰다. 처음에 회원 200명 정도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회원수가 1000명이 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이유는 코칭의 철학,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코칭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면서, 일반인 스스로 자기 이슈를 해결해서 궁극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즉, 코치가 한 수 가르쳐주는 것 아니라, 생각을 유도해서 피코치가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게 코칭이다. 저도 그게 코칭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점에 끌려서 왔다고 한다. 그런 코칭의 매력이 한국코칭심리학회 발전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 코칭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발전 가능성이 더 있는 것 같다.

= 그렇다. 지금은 코칭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아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다. 심리상담실 같으면 동네에도 몇군데씩 있는데, 코칭의 경우 상담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작다. 이는 아직까지는 돈을 내고 코칭을 받는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적인 병의 경우도 많이 아파야 병원에 간다. 코칭에 대한 필요성이 있더라도 돈을 내고 코칭을 받는 데까지는 아직 덜 도달해 있는 것 같다. 코칭 실무에서 뛰는 사람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 외국의 경우는 코칭의 영역이 많고, 다양하다. 헬스코칭, 웰니스코칭 등 다양한 코칭이 존재한다. 온라인 코칭도 많다. 코칭 비용도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하다. 외국도 비즈니스 코칭쪽이 큰 데, 비즈니스 코칭은 주로 회사에서 비용을 내준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코칭의 장래는 어떨 것으로 기대하는가.

= 3년 전쯤 뉴질랜드에 갔는데, 뉴질랜드의 의료체계가 인상적이었다. 가정의학 전공 의사들이 몇십가구를 맡아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코치도 그런 식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코치가 몇십명 혹은 100명을 대상으로 주치 코치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하위권이다.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의외로 ‘내가 아쉬울 때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 문항에서 우리 국민들의 평가가 다른 나라보다 낮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실제로는 자기 속내를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주치의 같이 코치들이 몇십명씩 맡게 되면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이 아니니까, 가벼운 열나면 주치의에게 가듯이, 신경쓸 것 있거나 답답하면 코치에게 전화 등을 통해 문의해도 되는 구조다. 그러면 자기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이 크게 해소될 것 같다.

글·사진=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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