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기관 간 협력과 평상시 교육 중요성 절감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유성훈 금천구청장

등록 : 2020-04-02 16:32 수정 : 2020-04-02 17:00
<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유성훈 금천구청장. 금천구청 제공

1.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방역 최 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우리구 마을버스 운수종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였다. 구로콜센터 확진자의 배우자인 우리구 마을버스 운수종사자(구로구 거주)가 3월9일 강서구 선별진료소에서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마을버스 회사에서 금천구로 저녁 늦게 확진판정 통보가 왔다. 해당 마을버스 운수종사자가 운행했던 금천01번 마을버스는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연계)수단이라, 코로나19 감염병의 폭발적 증가 가능성으로 이에 대한 큰 위기감을 느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안전과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대응했다. 해당노선의 마을버스 운행 즉각 중단 결정(오후 10시40분경)을 했다. 밤 늦은 시간 마지막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청버스를 긴급 투입하여 해당 노선을 운행했다.(약 40여명의 승객 운송)

해당노선 운영축소와 대체버스 운행 사항을 주민들에게 알려 불편함을 없도록 하기 위해, 3월10일 새벽 5시부터 마을버스 정류장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미운행 정류장 4개소에는 직원들을 배치하여 주민들에게 안내함과 동시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을 통해 사전고지했다. 마을버스 첫차 운행시간은 오전 5시30분부터다.

이후, 역학조사반을 긴급투입하고 접촉자를 확인하는 등 규정에 따른 절차와 철저한 방역으로 추가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우리구를 생각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공동방역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역사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주민 스스로가 골목골목 방역활동을 전개했다. 각동의 주민자치회, 통장, 새마을지회 등 각종 단체들과의 함께하는 방역활동이, 저로 하여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함께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 많은 보람을 느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 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보건소 중심의 지역 ‘감염병예방관리센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천구는 금천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중이나, 이 기관의 역할은 대사증후군, 만성질환 관리에 국한되어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각 기관간의 협력과 평상시 교육, 예방 활동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지역사회 의사회 등 보건의료 단체, 병원, 보건소 등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지역단위의 ‘감염병예방관리센터’구축이 필요하다. 이 기관은 평상시에는 어린이, 학생,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교육과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긴급의료 지원체계 구축, 감염병·전염병 대응체계를 갖추는 등 체계성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감염병 예방과 복지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감염병예방관리센터’의 목적 중 하나가 취약계층에 대한 의학적 지원이다. 센터 구축 전이라도 평상시 의사회, 약사회, 주민자치회, 동 복지협의회 등 다양한 보건·복지단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협업체계를 기반으로 감염병 예방활동과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에 적절한 복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예방활동, 의료장비, 협업체계 이 3가지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했다.

첫째,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평상시 주민참여형 예방 활동이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둘째, 선별진료소(음압장비), 열화상카메라, 체온계, 방역기 등 기본 방역, 보건 장비 사전 비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셋째, 감염병예방관리센터 등 행정체제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보건의료계와의 협업체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