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난과 서울시의 긴급생활비 지원

기고│윤영진 계명대 명예교수

등록 : 2020-03-19 15:14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한 국민 생계와 민생 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 1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그러나 추경 규모가 너무 작고 재난 피해 계층의 생활비를 제대로 보전해주지 못함으로써 생계 절벽의 위협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서울시·강원도·전주시 등 지방정부들이 지역 실정에 맞는 긴급 생활비 지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정부들의 이런 신속한 정책 대응은 지방분권이 갖는 장점이다.

 긴급 재난 생계비 지급과 관련해 몇몇 지자체장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하자는 주장을 하는 등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진 바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많은 학자가 연구하고 일부 국가에서 실험하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불평등 구조의 확대로 그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기본소득론이 주요 정책대안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재난 상황은 기본소득 이론대로 적용하는 정책 처방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만큼 긴급한 사안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번에 코로나19 극복 생계비 지원과 경제 활성화 대책을 시행한 지방정부들을 보면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첫째,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에 요구만 하지 않고 자체 조례 제·개정을 통해 신속하게 정책 대응을 했다. 지방분권이 갖는 장점을 발휘한 것이다. 재정 여건, 정책 수혜 범위 등 지역 실정을 반영하고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둘째, 사실상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는 보편적 급여를 시행했다. 특히 정책 대상자 그룹을 중위소득 100% 이하의 약 118만 가구로 정한 서울시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강원도가 어려운 소상공인, 실업급여 수급자, 기초연금 수급자 등 기존 지원제도에 포함된 대상이 중심인 반면에, 서울시는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건설직 일일근로자 등의 비전형 근로자 등을 포함한다.

 셋째, 현금성 급여를 시행했다. 2009년 영국 런던의 노숙인 상대 현금 지급 정책실험은 현금 지급의 효과를 입증했다. 무상 현금급여는 사람들에게 권한과 선택권을 주고, 사람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서울시는 현금성 지역사랑상품권 혹은 선불카드로 지급하되 선택권을 주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수혜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의미가 있지만 10%의 인센티브를 주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 점은 바람직한 정책설계이다.


 넷째, 서울시는 가구원 수별로 가구당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급하고, 강원도는 일인당 40만원씩 긴급 생활안정 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런 금액이 일회성이기 때문에 정책 대상자들의 생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기본소득론의 한계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주자’고 하면 재원 대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0만원을 주자’고 하면 전형적인 재정 낭비에 속한다. 10만원은 재원 투입에 비해 국민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째, 긴급 생활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민 생계를 보장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조합을 병행해야 한다. 일자리 발굴, 구직 활동 지원,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라 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하고 모든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완벽한 제도와 정책은 없다. 실현 가능한 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테르는 말한다. “완벽은 좋은 것의 적”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