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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거리의 탄생, 횡단보도·보안등의 무한변신

등록 : 2020-02-27 15:10
성동·양천구, 스마트 특구 지정된지 1년 스마트한 도시로 ‘변신’

성동, 집중조명 등 8개 기능 갖춘 스마트 횡단보도 14개 설치

성동구 마장동에 사는 주부 서문숙(45)씨는 지난해 5월10일 밤 귀가 중 집 앞 골목에 있는 보안등이 고장난 것을 발견했다. 성동구청 소속 주민의제 발굴 모임인 ‘주민소리단’에 소속돼 활동 중이어서 동네 일에 관심이 많았던 서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곧바로 신고하려 했으나 보안등 번호가 잘 안 보였다. 그 순간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고장난 것을 구청에서 미리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갔다. 하다못해 보안등 번호가 잘 보이도록 야광 스티커라도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씨는 이런 내용을 주민소리단 모임에 제안했다. 또 일상생활의 불편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성동구청 인터넷 공간인 ‘성동구민청’에도 정책 아이디어를 올렸다. 5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구청장이 답변하게 돼 있는데 서씨의 아이디어는 그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포용도시’를 구정의 제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정원오 구청장은 서씨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했다.

보안등 관리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해서 구청 토목과 피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조명관리 시스템인 ‘스마트 보안등’이 지난해 9월 마장동 등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까지 220개가 설치됐다. 고장난 보안등의 위치 안내는 물론, 지역 여건과 날씨 등에 따라 엘이디(LED)로 교체된 보안등의 점·소등 시간과 밝기 조절이 가능해 전기요금도 50% 이하로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보안등 아래 바닥에 쓰레기 배출 안내 등을 비추는 ‘고보조명’까지 설치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제안자 서씨는 “저거, 내가 낸 아이디어인데 채택됐어”라며 남편과 친정 식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보안등이라는 게 있을 때는 몰랐는데 고장 나니까 너무 무섭고 골목길 다니기가 불편하더라고요. 있을 땐 몰랐어요, 그 소중함을….”


성동구는 올해 스마트 보안등을 1200개 추가 설치하는 등 2023년 이후까지 7800개로 늘릴 계획이다.

2월20일 밤 성동구청 앞 스마트 횡단보도 풍경.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하자 비행장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횡단보도 양옆에 활주로 유도등과 집중조명이 켜지며 횡단보도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성동구 길거리의 스마트한 변신은 횡단보도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금호동에 사는 학부모 이인영(41)씨는 평소 무학여고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많은데 인도가 좁아 아이들이 안전선을 넘어서 서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스마트 횡단보도’가 설치된 이후로 한결 마음 편하게 활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인도 바로 아래 빨간 안내선을 넘어가면 경고 안내방송이 나오기 때문이다.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 불이 켜졌습니다. 좌우 살피고 건너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배려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성동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성동구청·무학여고 앞을 비롯해 초등학교 7곳 등 총 12곳(14개)에 8가지 기능을 부가한 성동형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시비와 구비, 특별교부금 등 12억원이 소요됐다.

우선, 횡단보도 근처에 집중조명등을 설치해 야간시간대에 주변을 환하게 밝혀줘 보행자가 편하게 건널 수 있고 운전자에게도 시각적으로 주의 효과를 전해주는 게 눈에 띈다. 또한 스마트폰에 몰입해 바닥만 보고 다니는 이른바 ‘스몸비족’의 보행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대기 공간에 빛을 비추는 무단횡단 금지 로고라이트도 성동형 스마트 횡단보도의 특징이다. 성동구청이 주민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 주민 85%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문숙씨도 스마트 횡단보도의 기능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평소 성동구청과 무학여고 앞 횡단보도를 자주 건너다닙니다.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초기에 빨간불일 때 안전선을 무심코 넘어섰는데 ‘위험하오니 안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음성 안내방송이 나와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고맙더라구요. 아이들이 안전선을 넘나드는 일이 많은데 그런 안내방송이 나오니까 경각심을 갖게 되잖아요.”

서씨의 딸 윤실아(13)양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활주로 유도등을 보고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횡단보도 좌우에 비행기 활주로처럼 엘이디 유도등을 설치해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차량이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한 시설물이다.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차량번호 자동인식 장치도 이전에는 없던 것이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위반한 차량을 시시티브이(CCTV)로 감지해 전광판에 주의 문구를 자동 안내하는 기능이다.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9월 말 스마트 횡단보도 시범운영 한 달 사이에 정지선 위반 차량 건수가 77.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월19일 성동구청 앞 스마트 횡단보도 앞. 초록불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피세요”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보행자들이 일사불란하게 건널목을 건넌다. 횡단보도 양옆에는 활주로 유도등이 켜졌고 집중조명등이 횡단보도를 환하게 비춰서 시각적 효과를 톡톡히 전해준다. 신호등 위 차량번호 자동인식 판에는 정지선을 위반한 차량 번호가 슬그머니 떠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한다.


IoT, 빅데이터, CCTV 등 결합…편리한 도시환경 만들어

GIS 기능,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 특정

화재 땐 소방관에 최적 교통정보 제공

“스마트 도시, 주민에 골고루 혜택 제공”

2월20일 밤 성동구 마장동 뒷골목에 켜진 스마트 보안등 아래 ‘고보조명’.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화·목·일 20~24시에 배출하시기 바랍니다.-마장동’이라고 쓰여 있다. 정용일 기자

성동구는 올해 안에 관내에 스마트 횡단보도 24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8월 구축을 완료한 성동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탑재한 지아이에스(GIS·웹기반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쓰레기 무단투기 및 간접흡연 피해 지역을 특정해 효과적인 단속 활동을 펼치는 것도 스마트 포용 도시 만들기의 일환이다.

성동구는 2018년 11월 서울시 공모를 거쳐 양천구와 함께 스마트 특구로 지정돼 3년간 예산 18억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성동구는 2월11일 행정안전부 주관 ‘2020년 첨단 정보기술 활용 공공서비스 확산사업’에서 ‘지능형 스마트 선별관제 서비스’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스마트 포용도시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국비 4억5천만원을 포함해 총 7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올해 안에 성동구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 총 3066대 시시티브이에 지능형 스마트 선별관제 시스템을 일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스마트 선별관제 시스템은 인공지능 딥러닝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해 폭력이나 배회자 등 범죄 징후로 예상되는 움직임이 있는 사람이나 차량 등 객체가 나타난 시시티브이만 선별해 관리할 수 있는 지능형 관제 서비스다.

앞서 성동구는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사업 대상지로 전국 15개 지자체 중 한 곳으로 선정돼 국비 6억원을 확보했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사업이란,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의 각종 도시 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운영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112 긴급영상지원 서비스, 112 긴급출동지원 서비스, 119 긴급출동지원 서비스, 재난상황 긴급대응지원 서비스, 사회적 약자 지원 서비스 등 사회안전망 5대 서비스를 통합 운용한다.

시시티브이 영상정보와 지아이에스 플랫폼을 활용해 화재 발생 때 소방관에게 현장상황과 최적의 교통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시티브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지난해 5월 3건의 화재 발생 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시시티브이 영상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출동 경로와 화재 현장 주변 상황, 화재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해 선제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성동구는 밝혔다.

김성회 성동소방서장은 “행당동 아파트 화재 때 119종합상황실에서 미리 상황을 확인한 덕분에 화재 수습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다. 시시티브이 영상관제시스템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또한 강도·납치사건 현장에 긴급 출동하는 경찰관에게 범인의 도주 경로 등 정보를 제공해 신속한 범인 검거를 돕는다.

남혜진 성동구 포용도시팀장은 “스마트한 도시는 누구나 성동에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스마트 도시의 핵심은, 주민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도시 행정에 접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스마트 특구인 양천구도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기반구축 공모사업자로 선정됐다.

양천구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민선 7기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물인터넷 센서로 독거노인의 위급 상황을 파악하는 ‘스마트 플러그’ 사업. 지난해 집 안에서 쓰러진 ㄱ씨는 양천구가 ㄱ씨 방에 설치한 사물인터넷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담당 생활관리사가 애플리케이션으로 8시간 동안 ㄱ씨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ㄱ씨 집을 방문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또한 공유주차면 바닥에 차량감지 센서를 설치해 주차 여부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모바일 앱으로 주차장 이용자에게 실시간 주차정보를 제공해 쉽게 주차장을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물인터넷 기반 주차공유 서비스’도 양천구가 내세우는 스마트시티의 성과이다. 지난해 9월부터 목동중학교 뒤편 거주자 우선 주차장 15면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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