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아이도 엄마도 돌봄교사도 ‘엄지 척’

중구, 자치구 첫 초등 돌봄교실 직영 1년

등록 : 2020-02-13 15:25 수정 : 2020-02-14 14:18
지난해 흥인초·봉래초 2개교 운영

“엄마 입소문 타고 올해 경쟁률 높아”

올해 3월부터 3개교 추가 확대 추진

끊긴 교육부 예산 확보안 마련 과제

“제가 돌봄교실 하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가 신청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김나린(흥인초2·9)양은 태권도 학원에 가기 전까지 학교 돌봄교실에서 지낸다. 1학년 때부터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김양은 프로그램도 많아 재밌고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허승원(흥인초2·9)군은 “학교 수업 끝나고 태권도 가기 전까지 중간에 있을 곳이 없어 돌봄을 한다. 친구들과 있다가 태권도 학원에 함께 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지난 6일 중구 신당동 흥인초등학교 1층에 있는 돌봄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 노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열심히 뭔가를 맞추는 아이, 완충재가 깔린 바닥에 엎드려 책을 보는 아이, 별도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두 아이가 소곤거리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중구 신당동 흥인초등학교 학생들이 6일 학교 안에 있는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3월이 되면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을 시작한 지 1년째를 맞는다. 중구는 지난해 3월부터 교육부가 운영하던 흥인초등학교 안 돌봄교실을 직접 맡아 운영해왔다. 중구의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교육청·지방자치단체·학교가 업무협약을 맺어 자치구가 직접 맡아서 운영하는 첫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봉래초등학교를 구 직영 돌봄으로 전환한 중구는 2개 학교에 9억여원의 구 예산을 들여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을 광희초, 남산초, 청구초로 확대 운영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중구 내 9개 공립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모두 구 직영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교 돌봄교실은 ‘부모가 퇴근하기 전에 문을 닫는다’ ‘한번 들어가면 꼼짝할 수 없다’는 등 학부모들 불만이 있었다. 중구 직영 돌봄교실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중구는 직영으로 전환한 흥인초 돌봄교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실마다 한 명이던 돌봄교사를 두 명씩 배치해 좀더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방과후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던 돌봄 서비스를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확대해 돌봄 공백을 없앴다. 게다가 돌봄 보안관 한 명을 둬 아이들의 안전한 활동을 책임지게 했다.

아이들은 퇴실했다 다시 입실할 수 있어, 퇴실이 곧 귀가로 이어지던 때와 달리 돌봄교실 도중에 학원에 다녀오는 등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졌다. 또한 독서, 놀이, 창의활동 등 하루 2개의 차별화된 놀이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학년 때는 외출이 불가능해 아이가 학원을 가기 위해 바로 귀가해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학원 갔다가 다시 학교에 가서 지낼 수 있어 좋아요.”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 김성덕(44)씨는 2학년인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김씨는 “지난해 2학년부터는 퇴근하면서 저녁 7시에 아이를 데리고 함께 집으로 갈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은 아이가 교실을 드나들 때마다 보호자에게 입퇴실 상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교실마다 입퇴실 상황을 기록하는 단말기와 카드가 있어 가능하다. 부모는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 안심이 돼 편리하다. 김씨는 “저학년인 아이에게 휴대폰을 사줘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아이 휴대폰이 없어도 아이의 상황을 문자로 알려줘 안심된다”고 했다.

“늦게 퇴근해 저녁 돌봄까지 이용하는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맞벌이 학부모 오현미(35)씨는 “중구 직영으로 바뀌면서 교실 환경이 좀더 쾌적해져 아이가 좋아한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들 학원 갈 때 교문까지 나오고, 돌봄 보안관도 있어 좀더 안전해진 것 같다”고 했다.

“돌봄교사라고 부르면서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죠.”

김소정(58) 흥인초 학교돌봄센터장은 지난해 3월부터 센터장 겸 돌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로 15년간 근무하다 퇴직해 아이를 키우다가 2014년 돌봄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교육부 소속일 때는 ‘돌봄전담사’로 불렸지만, 중구청이 맡고부터는 ‘돌봄교사’로 호칭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다.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사는 교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선생님들이 모두 만족해한다”며 “무엇보다 돌봄교사가 교실당 두 명으로 늘어난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일반 교실을 그대로 활용해 사용하던 평면적인 학교 돌봄교실에 비해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은 2층을 만드는 등 입체적으로 교실을 개조했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이 집에서도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것처럼 둘만의 놀이 공간에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한다”며 “아이들에게 안정감도 주고, 적응이 안 되는 아이들도 들어가서 놀면 짝이 생겨 같이 놀기도 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중구는 지난해 9월 흥인초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10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수정 중구 교육아동청소년과 돌봄지원팀장은 “어머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며 “돌봄교실을 원하는 아이 모두를 받을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중구가 학교 돌봄교실을 맡고부터 그동안 지원되던 교육부 예산이 끊겼다. 중구는 제도를 보완해 교육부 예산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