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 서로 보호·회복해야 할 때

기고│최재필 서울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

등록 : 2020-02-13 14:59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COVID-19라고 이름함에 따라 한글명으로 ‘코로나19’라는 명칭이 생겼다. 2월12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5596건의 검사가 있었고,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7명이 완치돼 퇴원하고 21명이 여전히 치료 중이다.

 질병의 전개 양상이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나 2015년 메르스 때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는 범유행(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조기 봉쇄단계부터 지역사회 확산과 회복까지 범유행의 전 과정이 국내에서 전개됐다. 메르스는 중동에서 귀국하는 시민을 통해 들어와 병원감염의 형태로 확산돼 환자·보호자·의료진에게 폐렴을 일으키면서 많은 환자를 감염시켰다. 중증도가 높아 중환자 치료를 받게 되고 사망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막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는 이동이 많고 인구 규모가 큰, 인접한 나라에서 시작돼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주변국들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지역사회 감염의 조짐을 보인다. 특히 두렵게 했던 부분은 그 규모다. 중국 전체에서 4만4747명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중국 전체에서 2.1%, 후베이성에서 3.1%, 우한 시내에서 4.9%라는 점이었다. 이 중 특히 우한에서의 사망자 수 집계는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중국 이외 국가에서의 자료는 440건 감염 사례에서 1명 사망으로 많이 다르다. 본원을 포함한 환자치료를 담당하는 국가지정격리병상 국내 임상TF팀의 환자 상황 공유를 보면, 환자 28명은 대부분 폐렴을 동반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대증요법, 항바이러스제 치료, 산소치료로 경과상 호전을 보인다.

2월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대응 상황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메르스 유행 때와 달리 우선은 중앙정부에서 정보공개를 비교적 빠르고 명확하게 했고, 지자체에서도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초기 단계에서 중앙정부의 대응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앙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역량에 맞는 지역거버넌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1339를 통한 신고와 상담의 일원화를 통해 환자가 개별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보건소를 통해 신고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체계가 각인됐다. 이는 확산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환자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문의가 폭주하자 서울시가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판단된다. 교통수단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필요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위생을 지킬 수 있도록 자원을 공급하고 소독을 강화하는 시도는 높아진 시민들의 불안을 줄이고 일상적인 삶을 지키게 하고 있다.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이 질환을 담당하기 위해 보건소와 시청의 공무원들, 역학조사관, 감염병관리지원단 관계자들, 보건소와 병원의 선별 진료소 관계자들이 최전선에서 감염병 관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한 자가격리자 중 자가격리가 어려운 사람을 안전한 장소에서 시설격리를 통해 보호하고, 의학적인 다른 조건으로 입원이 필요한 격리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할 수 있도록 시립병원 병상이 준비되고 있다.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의료 이용에 제약을 받기도 해, 서울시의료원은 응급실을 선별 진료소로 전환해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아직 향후 유행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는 이르다. 아직은 있을 수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확진자, 격리자들은 복잡한 사회적·신체적인 관계망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시민들이다. 감염병에 걸린 시민은 전파자이기도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증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개인의 신상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언제든지 걱정되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검사받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장소를 방역 조치하면 혹시 어딘가 남아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서로를 보호하고 회복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