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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 화랑, 대구탕집, 서울 풍경 소설…‘서울 미래유산’ 됐다

유무형 근현대 유산 16개 ‘서울 미래유산’으로 새로 지정…모두 470개로 늘어

등록 : 2020-01-09 14:50
샘터화랑, 민중미술 전시·작가 발굴

소설 ‘전차구경’, 지하철 1호선 ‘풍경’

원대구탕, 삼각지 골목 가장 오랜 집

“다음 세대에게 빛나는 보물 될 자산”

1980년대 민중미술의 산실인 샘터화랑, 삼각지 대구탕의 원조 원대구탕, 소설 ‘전차구경’ 등 서울의 문화와 역사, 삶을 담은 유무형의 근현대 유산이 새로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서울시는 최근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사를 열어 “1970년대 지하철이 개통될 당시의 서울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소설 ‘전차구경’(작가 하근찬), 미술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해온 화랑 등 근현대 서울의 발자취가 담긴 유무형 문화유산 16개를 2019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미래유산은 2012년부터 서울의 근현대 문물·시민생활 공간 등에서 보호 가치가 있는 유산을 선정해 서울시가 보존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16개를 새로 선정함에 따라 지금까지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서울시의 근현대 유무형 유산은 모두 470개가 됐다.


이번에 새로 선정된 서울 미래유산은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미술 대중화를 이끌어온 화랑(4곳), 오래된 음식점(2곳), 종교시설 등 건축물(4곳),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3편), 대표적인 서울 음식으로 평가되는 음식물과 요리책 등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발굴과 보존을 원칙으로 하는 서울 미래유산은 시민, 전문가 등이 제안한 선정 대상 후보를 접수해 사실 검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초 현황 조사와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마지막으로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선정한다. 올해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 51건을 심의해 23건을 예비로 선정했고, 이 중에서 소유자가 동의한 16건을 최종 선정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새로 선정된 주요 미래유산은 다음과 같다.


화랑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통인화랑 입구 전경.

통인화랑: 1975년 문을 연 뒤 박서보, 윤광조, 허건 등 유명 작가를 발굴했고, 고미술품 운송을 최초로 시작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조선화랑 현 코엑스 전시실.

조선화랑: 1971년 개관. 국제기획전,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 작가들의 국제미술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예화랑 외부 전경.

예화랑: 1978년 개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전을 많이 기획했다. 강남 지역의 첫 화랑으로 신사미술제 개최 등 강남 지역 미술 문화를 선도했다.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샘터화랑 내부 전시실.

샘터화랑: 1978년 문을 연 뒤 1980년대 민중미술 작품 전시, 작가 발굴을 통해 우리나라 민중미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소설

‘전아사’: 1920년대 신경향파의 대표적 소설가 최서해(1901~1932) 작품. 서울에 처음 온 함경도 출신 사람이 서울의 풍속과 문화에 젖어들면서 예전의 생활을 잊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서울 토박이가 아닌 이주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1920년대 당시 서울 풍경이 잘 드러나 있다.

‘전차구경’: 1974년 처음 개통된 지하철 1호선을 타러 간 할아버지와 손자의 하루 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는 지하철역과 지하철의 당시 상황 등 서울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근찬(1931~2007) 작.

<어머니>: <벙어리 삼룡이>의 소설가로 유명한 나도향(1902~1926) 소설. 번화가 종로 거리와 청파동과 효창공원 등이 배경으로, 1920년대 당시 서울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

옛날집낙원아구찜: 1977년 개업해 2대째 운영 중인 아구찜 가게로 종로3가 낙원동 아구찜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아구찜 집이다.

원대구탕: 1979년 개업하여 역시 대를 이어 운영 중인 대구탕집. 삼각지 대구탕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탕 집이다.


시설물

공공일호(구 샘터사옥): 1979년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처음 짓고 건축가 조재원이 리모델링했다. 대학로에 위치하여 연극인, 화가 등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건물 전경.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1957년 건립된 철근콘크리트와 석조를 병용한 학교 건축물로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통일교 전 본부교회: 1977년 건축가 이희태(1925~1981)가 설계했다. 육각형 평면 구조와 세련된 입면 등 빼어난 건축작품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용산제일교회 교회동: 1954년 지어진 단아한 분위기의 석재 건축물.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보존가치가 있다.

2019년도 서울 미래유산 일부 모습, 조선요리법 표지.

이밖에 불고기(너비아니), 구절판 등 서울 음식과 1939년 발간돼 서울 반가 음식을 대중에 소개한 책 <조선요리법>도 이번에 서울 미래유산 반열에 올랐다.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된 곳은 미래유산 인증서 및 동판 형태의 표식을 부착하고 각종 수단을 통해 보존가치 있는 미래유산으로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8년부터 유지 보존에 필요한 수리비와 맞춤형 홍보물 제작 등을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 미래유산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이지만,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면 빛나는 보물이 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이라며 시 차원의 보존 노력뿐 아니라 미래유산 소유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