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광주’서 찾은 우리 발레

‘오월바람’ 안무가 문병남

등록 : 2020-01-09 14:29

“자유와 평화를 갈망했던 인간의 감성을 느껴보세요.”

40년 전, 5월18일 광주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오월바람>(사진·11~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만든 문병남(59) 안무가는 이렇게 말했다. 80학번인 그는 광주에서 직접 겪은 악몽을 토대로 두 남녀 무용학우의 삶과 죽음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연습실로 가던 도중 금남로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혀 3박4일간 부대에 감금됐던 기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이 발레는 계엄군에게 맞선 시민군의 항거 속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연인의 이야기다. 최루탄이 터지는 현장과 이들을 바라보는 여주인공 혜인 엄마의 시선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절규를 극적으로 담았다. 여기에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출연자 27명 중엔 연기를 전공한 배우까지 등장시켰다.

이런 시도를 두고 문 안무가는 고전발레와 다른 드라마발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구상된 초창기엔 원래 광복절인 8·15와 라임이 비슷해 제목을 ‘518815’로 정했으나 “외부에서 불어오는 억압의 에너지를 뜻하는 바람(Wind)과 단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광주 시민의 바람(Wish)을 다의적으로 표현한 <오월바람>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뜻을 한데 모은 국립발레단의 전·현 무용수들로 구성된 프로젝트그룹 ‘엠(M)발레단’을 이끄는 문 안무가는 40주년을 맞는 ‘광주민주화운동’처럼 우리 고유의 역사가 깃든 발레를 제작하는 것이 꿈이라 말했다.

젊은 시절,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을 돌며 발레를 배웠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발레는 따로 있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정작 우리 발레도 모르면서 엄청난 개런티를 주고 외국의 것만 흉내 내는 데 급급하죠. 해외를 돌아다녔지만 정답은 바로 한국에 있더라고요. 우리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발레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문병남은 조선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1984~1992)로 시작해 국립발레단 지도위원(1993),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1999~2002),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2002~2005),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을 지냈으며, 현재는 엠(M)발레단 대표이자 예술감독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문화부 장관상(1986), 체육부 장관상(1988)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안중근> <처용> <남남북녀> <어느 장군의 죽음>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