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도서관에서 식당까지…청년 위한 모든 것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

등록 : 2019-11-21 15:07

“책상과 무료 와이파이, 깨끗한 화장실, 저렴한 커피만 있으면 우리에게 최상의 공간이죠. ‘무중력지대 영등포’가 바로 그런 곳이에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파인디시’를 개발한 한동훈(33)·조봉기(34)씨의 답변이다. 두 청년은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커피숍을 전전하다 ‘무중력지대 영등포’를 발견했다. 2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역세권, 당산역 1분 거리에 있는 ‘무중력지대 영등포’는 두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맞춤형 사무실’로,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무중력지대 영등포’가 문을 연 지 두 달 남짓, 하루 평균 8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청년들로 붐빈다. 50년 동안 당산2동 주민센터(당산로234)로 사용하던 2층짜리 낡은 건물을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9월23일 문을 열었다. ‘다음을 만드는 곳’(Create your next)이라는 구호 아래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는 전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무중력지대 영등포’가 특별한 것은 청년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구는 청년 70명을 모집해 실제 공간의 목적부터 기획, 콘셉트, 디자인까지 그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쉼’이었다. 취업과 학업, 불공정과 차별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다보니 ‘내려놓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푹신한 쿠션과 소파이다. ‘모두의 지대’라 불리는 이곳은 일상에 지친 청년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 옆으로 카페가 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청년 바리스타의 맛있는 커피를 1500원에 맛볼 수 있다. 나머지 공간은 넓은 책상이 자리 잡고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청년들은 키보드 위에서 타닥타닥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도 되고 조용히 공부해도 된다. 이곳은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청년들이 작은 노트북에 무한한 미래를 그려놓는 작업 공간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색적인 공간들도 있다. 바로 공유부엌과 미디어지대이다. 공유부엌에는 가스레인지, 오븐, 냉장고, 도마, 칼, 접시까지 요리에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지금은 필요한 사람이 개별적으로 사용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샐러드나 과일을 나눠 먹는 ‘빛타민 데이’ ‘요리 시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계획이다.

미디어지대는 1인 미디어 촬영과 팟캐스트 녹음이 가능한 곳이다. 최신 카메라, 컴퓨터, 마이크 등 여러 장비가 완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2대의 조명과 중앙의 발광다이오드(LED) 링 라이트, 색색의 배경지가 있어 아무리 어두운 얼굴이라도 환하게 밝혀준다. 시간당 1만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소규모 스터디와 강의실로 이용할 수 있는 ‘배움의 지대’와 가죽공예, 꽃꽂이 등 취미교실이 가능한 ‘창작 지대’도 마련돼 있다.

청년이 만든 청년을 위한 ‘무중력지대 영등포’는 공부가 필요한 이에겐 ‘도서관’, 스타트업 청년에겐 ‘실리콘밸리’, 혼밥 하는 자취생에겐 맛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식당’으로 변신하는 공간이다. 청년의 바람처럼 ‘무중력지대 영등포’가 그들의 요구와 제안을 끊임없이 반영하며 살아 있는 공간으로 남길 기대한다. 청년이라면 꼭 한번 놀러와 보시길 바란다.

백지선 영등포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영등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