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환경부가 나서야

기고│김제리 서울시의원(환경수자원위원)

등록 : 2019-11-21 14:59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재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1635만㎡)는 1992년부터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 주민 2500만 명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처리해온 대규모 시설이다. 애초 2016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대체 터를 마련하지 못해 매립 기간을 한시 연장했다.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체매립지 조성 문제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제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환경부가 공동주체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초의 수도권 매립지 조성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후반 난지도 매립지의 사용 종료를 앞두고 서울시와 경기도 일대의 쓰레기 처리에 관한 장기 대책을 세워야 했다. 1988년 당시 환경청이 나서 동아건설로부터 김포지구 간척지를 넘겨받았다.

당시 서울은 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잔치를 유치하고도 현대적인 폐기물 처리 시설 하나 갖추지 못한 채 난지도 매립지에 쓰레기를 계속 쌓아 올리며 대규모 쓰레기 섬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서울시는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고, 수도권 여러 시·군·구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환경청이 나섰다. 환경청은 해안 매립 뒤 후보지를 검토해 대통령 재가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국가 기반시설로서 중앙정부 주도로 매립지 조성 사업이 이뤄진 것이다.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쓰레기를 매립한 뒤, 매립지는 수도권 매립지 운영관리조합(서울, 인천, 경기)과 환경관리공단이 나눠 운영했다. 2000년 7월부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국가공사)로 일원화해 운영했다. 공사의 업무와 회계, 재산에 관한 모든 사항을 환경청(환경부)이 지도하고 감독하며 현재까지 해오고 있다.

2012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 여부에 관한 지자체 간 갈등이 깊어져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 6월 환경부와 관련 3개 시·도는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수도권 매립지 정책 4자 협의체의 최종 합의서를 썼다. 수도권 매립지 제3-1 매립장(103만㎡)을 사용하고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106만㎡를 더 사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3-1 매립장 사용 뒤 3-2, 3-3, 4매립장 터 가운에 일부를 쓰는데, 실제 매립 땐 인천시에서 매립 실시 계획을 승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는 합의였다. 이 합의서에 따라 환경부와 서울시는 인천시에 매립면허권과 소유권을 일부 넘기고, 인천시에 특별지원금과 매립지 주변 지역에 환경개선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3년 남짓 지난 현재 다시 매립지 종료(2025년)에 대비한 대체매립지를 조성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대체매립지 조성과 관련해 지자체 간 이견 조정과 중앙부처(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협의, 입지 지역 기초자치단체와 지역주민 갈등 해소 등 난제들은 지자체들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대체매립지 공모 과정에서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폐기물 처리 시설(매립지) 설치기관으로서 환경부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3개 시·도는 올해 들어 3회에 걸쳐 환경부에 대체매립지 조성과 관련한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기관으로서 추진 주체로 참여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나서지 않고 있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에 환경부가 직접 참여할 경우, 전국에서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 요구가 급증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1988년 서울 난지도 매립지의 대체지로 인천 서구에 수도권 매립지를 조성할 때도 서울시가 대체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당시 환경청이 중재해 해결된 적이 있다. 법에도 명시돼 있다. 폐기물관리법(제5조 폐기물의 광역 관리)에는 광역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광역폐기물 처리시설을 공동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환경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에 공동주체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에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수도권 지역의 폐기물 대란은 자명하다. 환경부의 정책 유연성과 냉철한 판단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