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판소리가 된 외국 소설

<노인과 바다> 이자람

등록 : 2019-11-21 14:47

“10년 후에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을 드디어 찾았어요.”

1980년대 ‘국민 꼬마’로 사랑받게 한 노래 ‘내 이름(예솔아!)’로 시작해 밴드 보컬과 공연 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자람(40)씨는 2015년에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뒤 동료 연출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10년이 아니라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11월26일~12월1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각색한 동명의 공연 <노인과 바다>(연출 박지혜)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리꾼인데 외국 소설을 가지고 한국인의 감정이 잘 전달될까 궁금했다. “애환에는 국적이 없어요. 한국이라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은 모두 비슷하지 않나요?” 무엇보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스스로의 삶을 버티고 꾸려가는 과정’이라 강조했다. 게다가 10년 후로 예상했던 이유도 규모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가 자신 안에서 무르익는 시간에 보수적인 편이기 때문’이었단다. 이는 오랜 내면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소 ‘이자람만의 판소리'가 완성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뜻이다.

대중들은 이자람을 두고 ‘소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국악인’이라 부른다. 과연 본인이 생각하는 ‘이자람만의 판소리’는 무엇일까. “먼저 원작에서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뽑는데, 새로운 걸 계속 재조립해요. 간혹 원작에서 다른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과 작창으로 구성된 ‘소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조립한다는 것입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했고, 관객을 대하는 방법에서도 완벽하게 소화될 때까지 관용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했다. 그것은 자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관객에 대한 예의라며, 자신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이렇게 드러냈다.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북과 소리로만 관객으로 가득한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이자람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춘향가, 적벽가) 이수자로서, 1999년에 춘향가 8시간 완창에 성공해 최연소 완창 기록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천가’ ‘억척가’ ‘추물/살인’ ‘이방인의 노래’ 등이 있다. 이 밖에 아마도이자람밴드 보컬로 음반을 여럿 발매했으며, 뮤지컬과 영화에도 참여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