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청년의 좋은 벗, ‘서울시 청년수당’

기고│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등록 : 2019-11-14 14:39 수정 : 2019-11-14 15:27

취준 준비. 취업 준비를 ‘준비’하는 청년을 일컫는 신조어다. 얼마 전 어느 취업 포털에서 청년 구직자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드는 한 달 비용이 1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자료를 보면 대학생 기준으로 첫 취업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된다.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구직활동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해졌다. 위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년층의 44%는 아르바이트를 해 구직 비용을 마련한다고 답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서는 물리적 비용의 준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대한 구직 시간을 줄이고 본인은 물론, 부모님의 부담까지 덜기 위해 당분간 대인관계를 단절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다. 2017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연구한 ‘청년 빈곤의 다차원적 특성 분석과 정책대응 방안’을 보면 만 25~34살 청년층의 ‘관계 빈곤율’이 청소년·중장년·노년층보다 높게 나타났다가, 이 시기를 지나면 다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층의 고립감과 마음 건강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구직 비용을 포함해 월세, 교통비 등의 고정 비용을 충당하려면 결국 식비나 관계 유지를 위해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취업한 청년의 현실은 어떨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에 첫 임금이 200만원 미만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청년층이 79.4%에 이른다. 임금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이러한 근로여건은 청년들의 첫 일자리 근속기간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2019년에는 평균 근속기간이 14개월이다. 이 중 자발적 퇴사자가 85.5%에 해당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도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 고용 대책에 관한 시사점’에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경력 초기의 일자리 특성이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청년 눈높이만 문제시한다면 청년들의 삶과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제정된 2004년부터 15년간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 일자리 대책을 강구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왜 청년들이 사회 진입을 위해 기존 사회가 하던 대로 선택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할까?’ 하고 말이다.

지난 10월23일 서울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들과 함께 청년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지난 10월23일 청년수당 규모화를 2020년 청년출발지원정책의 ‘대표 정책’으로 발표한 것도 청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달리해본 하나의 사례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구직활동을 포함해 청년의 다양한 사회 진입 시도를 지원하도록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한다. 더불어 마음 건강, 관계망 형성, 일 경험 연계, 진로·생활 정보 제공 등의 활력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년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 진입을 촉진한다. 이 사업은 2016년 시작해 올해에 이르기까지 청년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올해의 경우 7천여 명을 지원하는 데 신청자가 2만여 명에 이르렀고 선정자 중 60%가 미취업 기간 2년이 넘었으며, 3년이 넘은 청년도 40%이다. 청년수당 정책은 일자리에 사람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한다’는 서울시 청년정책의 일관된 방향이 구현된 사업이다. 점점 길어지는 취업 준비 시간과, 반복되는 취업과 실업의 불안정 노동 사이에서 청년들이 홀로 버티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청년수당은 프랑스 청년보장 정책을 벤치마킹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정책에 참여한 청년층이 참여하지 않은 청년보다 취업률이 14% 정도 높게 나왔다.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을 벤치마킹한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도 참여한 청년이 알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구직활동에 전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 참여한 청년도 절반 정도가 진로 결정을 하였으며 사회적 신뢰도가 향상되어 사업 종료가 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신뢰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재기의 가능성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참여자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다. 사회 변화의 길목에서 공공정책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