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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주거·일자리 예산 우선 확보할 터”

53조 내년 예산심사 총괄하는 서울시의회 이현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록 : 2019-11-14 14:38
구·시의회에서 10차례 예결 위원 경험

각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 최대한 존중

시민숙의예산, 긍정 효과 주목해 심사

“지방채·청년수당 확대 적정성 살필 것”

7일 오후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현찬 위원장이 내년 서울 살림을 위한 예산심사의 주안점을 말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1일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받았다. 자료를 쌓아보니 높이가 어른 키를 훌쩍 넘을 정도다. 예산안을 받으면 시의회의 10개 상임위원회가 예비심사를 하고, 12월 초 예결위에서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서울시 내년도 살림에 대한 최종 결정은 12월16일에 열릴 본회의에서 한다.

내년 예산 규모는 53조원(서울시 42조2천억원, 교육청 10조4천억원)에 이른다. 기금을 포함한 금액이다. 7일 오후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한 <서울&> 인터뷰에서 이현찬(58·은평4·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장은 “한 푼이라도 허투루 편성되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서울시 재정의 파수꾼으로서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시의회는 해마다 8월께 예결위를 꾸려 1년씩 운영한다. 올해는 33명의 시의원으로 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30명, 자유한국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이다. 위원장은 무기명 투표로 뽑는다. 이 위원장은 “구·시의원 15년 경력 가운데 10차례 예결위원을 한 경험이 있어서 예결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예산심의 기법 등을 공부하는 서울시의원 연구단체인 ‘서울살림포럼’의 대표이기도 하다.


예산안 심사 기준은 사업의 우선순위, 연내 집행 가능성, 시급성, 재원 확보 방안의 구체성, 법정 절차 선행 등이다. 이 위원장은 “소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의 심사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예비심사에서 삭감한 사업을 예결위에서 다시 증액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에는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원회(계수 소위) 구성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계수 소위 위원이 모두 여당 시의원으로 구성되어 야당 시의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계수 소위에서는 예산을 세부 심의하고, 세입의 범위 안에서 세출예산을 줄이고 늘리는 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별 예산 규모가 늘거나 줄 수 있어 사실상 최종적인 예산 결정 권한을 가진 셈이다.

이 위원장은 시의회 회의규칙에 정해진 대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줄이려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시민사회연대와 함께 발표한 ‘서울시의회 자정 결의안’에 따라 예산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선심성 예산을 지양하고, 예산심사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의 확대재정이다. 시는 지난해 본예산안과 견줘 10.6% 늘린 안을 제출했다. 지난 8년간 평균 증가율이 7% 정도인 것에 비춰보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위원장은 “민생을 위해 곳간을 과감하게 풀 때”라고 동의한다. 하지만 3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재정확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예산심사 과정을 통해 다루려 한다. 청년수당을 900억원으로 확대 편성한 점도 적정성·지원방법에 대해 논의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민이 원하는 사업이 예산 편성에서 빠지지 않는지를 살펴 확보하는 것도 심사 과정의 한 부분이다. 2011년 무상급식, 2015년 누리과정 예산, 지난해 고교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등은 시의회가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결과였다. 특히 “육아, 주거, 일자리 등의 사업엔 예산이 우선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한다.

내년엔 시민숙의예산으로 2천억원이 처음 편성됐다. 기존 시민참여예산과 시민숙의형 예산이 합쳐졌다. 시민이 제안하고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재정 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이다. 이 위원장은 “시민숙의예산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 미숙하거나 집행을 못하는 부분도 나올 수 있지만, 점차 시행착오가 줄어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예산은 인건비, 운영비 등 고정 경비가 70% 이상이다. 학교 시설 노후화 대응 등 써야 할 곳은 적지 않은데 한계가 있다. 시급성과 효과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시설비 예산을 늘리는 길을 찾아보려 한다”고 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점은 2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심사 일정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른 예산안 제출 시기와 의결 시한에 대한 규정이 1991년 만들어질 때 서울시 재정 규모는 5조5천억원이었다. 이제 서울 살림 규모는 10배가 늘었다. 사업 수도 4천 건이 넘는다. 시의회가 심사할 사안도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이 위원장은 “재정 규모 확대에 맞지 않는 심사 기간은 졸속 심사의 우려를 낳는다”며 “보좌 인력 확보와 함께 근본적으로 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