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멋진 공연도 소통이 먼저

관계 단절 다룬 <머나먼 이웃> 연출자 민새롬

등록 : 2018-08-09 14:47

‘멋진 공연을 만드는 힘은 연출자 개인의 천재적 능력에서 나올까,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서 나올까?’

사람마다 답은 다 다르겠지만, 젊은 연출가 민새롬(39)은 “공연은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민 연출자의 이런 생각은 오는 16~19일 성북구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머나먼 이웃>의 주제와도 겹쳐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앞마당에 떨어진 미지의 물체 때문에 한 마을에 살지만 단절된 이웃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는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미국 극작가 패트릭 가브리지의 작품으로, 2014년 보스턴에서 초연됐다.

사실 ‘개인이냐 집단이냐’는 물음엔 정답은 없다. 많은 작품에 개인의 천재성이 투영되었지만, 미국 드라마처럼 작가들이 집단창작으로 멋진 대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민 연출가는 이 가운데에서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극단 ‘청년단’ 대표에 머물지 않고, 지역 극장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꾸리고, 사람 북적이는 축제 감독을 맡아온 그의 발자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우리가 모른 척 옆에 치우고 살았던 이웃들을 발견할 때가 ‘인식의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람에게서 배우려 한다. 그래서 그의 활동 거점도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나 공공극장이 아니다. 대학로나 공공극장에서 보면 변두리지만, 지역주민들과 직접 협력을 꿈꿀 수 있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 같은 지역공연장이다.

“일부 소수의 역량만으로는 연극계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밑바탕에는 주변과의 긴밀한 관계가 밑받침돼야 극단이나 극장에게 동력이 됩니다.” 관계와 지역을 중시하는 젊은 연출가의 목소리에서 연극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 민새롬은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 사회학을 공부했다. 동시대 소설과 근현대 텍스트의 무대화 방법론을 꾸준히 실험해온 연출가로 극단 청년단 대표와 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 이사장이다. 올해는 ‘공연장 상주예술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 상주하고 있다. 201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