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위법건축물 임대수입 연 1억2000만원에 벌금은 900만원

중구 “위법건축물 이행강제금 대폭 올려야”

등록 : 2017-10-19 15:08
국토부에 건축법 개정안 건의

시가표준액 100%에 위반 면적 적용

반복 부과 시 요율 높여 심리적 압박

최창식 중구청장 “고강도 대책 시급”

중구청 주택과 직원들이 항공촬영 자료를 토대로 무단 증·개축이 의심되는 건축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구 제공

서울시청 청사 인근인 중구 다동의 한 3층 건물. ‘먹자골목’에 자리해 1층 식당은 손님으로 붐빈다. 하지만 식당이 사용하는 공간을 포함해 이 건물의 134㎡(41평)는 무단으로 넓혀져 있다.

중구청은 2014년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위법건축물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건물주는 들은 체하지 않았다. 대신 건물주는 중구가 부과하는 한해 900만원가량의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으로 답하고 있다. 위법 공간에서 생기는 연 임대수입 1억2000만원(중구 추정)에 견주면 이행강제금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중구 정동에 있는 한 식당 건물도 상황이 똑같다. 이곳은 1층에 있는 공터 89.5㎡(27평)를 무단으로 확장해 식당으로 쓰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주변 시세 등을 따져보니 연간 2억원 넘게 이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건물의 주인 역시 이득의 10분의 1에 불과한 2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며 위법사항을 외면하고 있다.


이행강제금은 건축법 제80조에 규정돼 있다. 건물주가 위법건축물의 시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바로잡을 때까지 지속해서 부과하는 금액을 말한다. 대집행 같은 강제적인 방법 대신 금전적 부담을 줘 자진 철거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두 건물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위법건축물의 경제적 이득이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큰 까닭에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중구처럼 임대수입이 높은 중심상가지역이나 일반상업지역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위법건축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구의 경우, 위법건축물로 의심되는 건물이 2012년 1235건에서 2013년 1400건, 2014년 1384건, 2015년 2250건, 그리고 2016년에는 2446건으로 늘어났다. 2015년부터 급증한 것은 항공촬영을 통해 위법건축물이 무더기로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구 주택과는 “법을 지키는 사람보다 어기는 사람이 더 이익을 얻는 비정상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건물주들은 그들 나름대로 의무를 다했다고 여겨 당당하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중구는 국토교통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구는 최근 이행강제금의 현실화를 뼈대로 한 건축법 개정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중구는 2015년부터 서울 구청 중에서 처음으로 연 1회 매기던 이행강제금을 2회로 늘리는 등 위법건축물과의 싸움에 앞장서온 터였다.

먼저 중구는 이행강제금을 산정하는 요율을 수정해 이행강제금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현행 건축법은 ‘건축물 시가표준액 100분의 50에 위반 면적을 곱한 금액 이하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는 여기서 ‘100분의 50’을 삭제해 시가표준액에 위반 면적을 그대로 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수록 요율을 올려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현재는 감가상각 개념이 적용돼 시간이 흐를수록 이행강제금이 줄어들게 돼 있다. 중구 건축과는 “위법건축물을 오래 보유하면 이득의 폭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기고 있으니, 요율을 해마다 높여 심리적 압박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독일은 이행강제금 반복 부과 시 2배 증액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위법건축물에 대한 고강도 대책이 시급한 만큼 조속한 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